에펠탑 효과 때문에 처음엔 별로였던 아내가 좋아졌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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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는 함께 나눠요

아내를 처음 만난 건 지인이 주선한 소개팅 자리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첫 만남에서 크게 끌리지 않았습니다. 대화도 어색했고, 취향도 저와 많이 달라서 “이 사람이랑은 잘 안 맞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인의 성화에 못 이겨 두 번, 세 번 더 만나게 됐습니다. 신기하게도 만날 때마다 조금씩 편해졌고, 다섯 번쯤 만났을 무렵에는 오히려 그 사람이 없는 주말이 허전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결국 저희는 지금 부부가 됐습니다.

가끔 아내에게 첫 만남 얘기를 하면 저는 “처음엔 사실 그렇게 끌리지 않았다”고 솔직히 말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웃으며 “그럼 왜 계속 만났냐”고 묻는데, 저도 정확한 답을 못 하다가 나중에 심리학 관련 글을 읽다가 그 답을 찾았습니다. 바로 ‘에펠탑 효과’였습니다.

에펠탑 효과는 왜 낯선 사람을 좋아하게 만들까

에펠탑 효과는 처음엔 낯설거나 별다른 감흥이 없던 대상도, 반복해서 접하다 보면 호감과 친숙함이 자연스럽게 커지는 심리 현상을 말합니다. 이름은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 세워진 에펠탑에서 따온 것인데, 완공 당시에는 파리의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시민들이 매일 그 모습을 보며 지내다 보니 어느새 파리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인간의 뇌가 낯선 대상을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갖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나 사물은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인식되어 뇌가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데, 같은 대상을 여러 번 마주치고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확인되면 뇌는 그 대상을 안전하다고 재분류합니다. 그리고 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조금씩 편안함과 호감으로 바뀌어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심리학에서는 ‘인지 유창성’이라는 개념도 함께 작동한다고 설명합니다. 뇌는 이미 익숙해진 정보를 처리할 때 에너지를 덜 쓰고 매끄럽게 처리하는데, 이때 느껴지는 편안함을 뇌가 “이 대상이 좋다”는 감정으로 착각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내를 만날 때마다 조금씩 대화가 편해지고 낯섦이 줄어드는 걸 느꼈는데, 그게 단순히 서로를 알아가서만이 아니라 이런 인지적 과정과도 맞물려 있었던 셈입니다.

첫인상이 나빴다면 통하지 않았을 이야기

다만 이 개념을 더 찾아보다가 중요한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에펠탑 효과는 첫인상이 아주 부정적이거나 불쾌했던 경우에는 오히려 작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복 노출이 항상 호감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초기 인상이 중립적이거나 약간 애매한 정도일 때 반복을 통해 호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아내에게 강한 거부감이나 불쾌함을 느낀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특별히 끌리지는 않는다” 정도의 애매한 감정이었고, 그 여지가 있었기에 반복된 만남이 호감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첫 만남에서 정말 크게 거부감을 느꼈다면, 아무리 여러 번 만났어도 지금 같은 결과는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원리를 알고 나니 회사 마케팅팀에서 일하는 친구가 예전에 했던 말도 새삼 이해가 됐습니다. 친구는 새 브랜드를 알릴 때 처음부터 소비자에게 강한 반감을 주지 않는 게 최우선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예산을 들여 광고를 반복해도, 첫인상이 나빴던 브랜드는 노출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피로감과 반감만 쌓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무난하거나 살짝 낯선 정도의 인상이라면, 꾸준한 노출을 통해 서서히 친숙한 이미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브랜드와 다르지 않다는 걸, 제 연애사를 돌아보며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곁에서 다시 보게 된 것들

이 개념을 알고 나서, 저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삭막하게만 느껴졌던 동네가 지금은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도, 낯설었던 회사 동료들이 시간이 지나며 편해진 것도 다 비슷한 원리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반대로 새로운 걸 시도할 때 처음의 어색함만으로 너무 빨리 판단 내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몇 번 더 겪어보면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아니까요.

요즘은 아이가 새로운 음식이나 낯선 장난감을 처음 보고 거부할 때도 이 원리를 떠올립니다. 예전 같으면 “우리 애는 이건 안 좋아하나 보다” 하고 단정 지었을 텐데, 이제는 강하게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몇 번 더 접할 기회를 줘봅니다. 실제로 처음엔 시큰둥했던 채소를 몇 번 식탁에 올리다 보니 어느새 아이가 먼저 손을 뻗는 모습을 보고 신기했던 적도 있습니다. 사람이든 음식이든 장소든, 첫인상 하나로 너무 빨리 결론 내리지 않는 게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꿔놓는다는 걸 요즘 자주 느낍니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제가 직접 겪은 경험을 에펠탑 효과라는 개념에 비춰 정리한 내용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 크게 끌리지 않았던 사람이나 낯설게만 느껴졌던 장소가 있다면, 몇 번 더 마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확실히 불편했던 감정이라면 억지로 반복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이제는 함께 기억해두려 합니다. 아내에게 이 글의 초고를 보여줬더니, “그럼 나는 그냥 익숙해진 존재였던 거야?”라며 장난스럽게 눈을 흘겼습니다. 저는 웃으며 익숙함도 결국 사랑이 자라는 하나의 방식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김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