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P 후배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infp 섬네일
좋은 정보는 함께 나눠요

“저 이번 달까지만 다니고 그만두려고요.” 대학 후배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툭 던진 말이었습니다. 대기업에 입사한 지 3년 차, 남들이 보기엔 부러워할 만한 자리였습니다. 저는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왜, 이직 자리 정해진 거야?” 물었더니 후배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요, 그냥 오래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소설이 있어서요. 이번엔 진짜 써봐야 할 것 같아요.” 담담하게 말하는 후배의 표정에는 망설임보다 오히려 홀가분함이 더 크게 묻어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뜯어말렸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왜 그만두냐, 소설을 써서 먹고살 수 있겠냐는 걱정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후배는 흔들림 없이 사표를 냈고, 지금은 작은 원룸에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아직 등단도, 확실한 성과도 없지만, 후배의 표정은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습니다. 이 결정이 신기해서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MBTI 얘기가 나왔습니다. 후배는 INFP였습니다.

INFP는 왜 안정보다 의미를 먼저 좇을까

곁에서 지켜본 바로는, 후배에게는 ‘이게 진짜 나다운 삶인가’라는 질문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해 보였습니다. MBTI에서는 INFP를 ‘내향 감정’이 가장 앞서는 유형으로 설명합니다. 내향 감정은 자기 안의 가치관과 신념을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기능이라고 합니다. 그다음으로 강하게 작동하는 게 외향 직관인데, 이는 눈앞의 현실 너머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 두 기능이 결합하면, 남들이 보기에 안정적인 조건이라도 자신의 내면 가치와 맞지 않으면 계속 불편함을 느끼고, 동시에 지금과는 다른 삶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그려보게 된다고 합니다. 후배가 안정된 직장을 뒤로하고 글쓰기를 택한 것도, 결국 자기 안의 진짜 목소리를 따라간 결정이었던 셈입니다.

후배는 회사에 다니던 시절에도 퇴근 후 틈틈이 짧은 글을 써왔다고 했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어디 투고하려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어딘가에 풀어놓지 않으면 답답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얘기를 듣고, 후배에게 글쓰기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스스로를 이해하고 정리하는 하나의 통로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회사 업무는 능숙하게 해냈지만, 정작 그 일에서는 자신의 진짜 내면을 표현할 여지가 거의 없었던 셈입니다.

흥미로웠던 건 후배가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랫동안 혼자 고민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겉으로는 회사 생활을 무난히 이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속으로는 몇 년 동안 계속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을 품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INFP는 겉으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라, 이런 깊은 고민이 주변 사람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후배도 회사에서는 늘 무난하고 조용한 사람으로 통했지만, 정작 마음속에서는 오랜 시간 치열한 갈등이 있었던 것입니다.

비판에 유독 크게 흔들리는 이유

후배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된 것도 있습니다. 예전에 회사에서 상사가 별생각 없이 던진 지적 한마디에, 후배는 며칠씩 마음을 못 추스른 적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이 워낙 깊이 연결되어 있다 보니, 업무에 대한 지적도 종종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처럼 느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으며, 후배가 유독 예민하다고 여겼던 순간들이 사실은 이런 깊은 내면의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걸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소설을 쓰면서는 그런 상처가 오히려 훨씬 줄었다고 후배는 말했습니다. 회사에서의 지적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기준으로 평가받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자신이 스스로 세운 기준 안에서 글을 다듬고 있으니 같은 피드백을 받아도 훨씬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들으며, 결국 사람마다 비판을 받아들이는 힘도 그 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선택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곁에서 알게 된 응원의 방법

이제 저는 후배를 응원할 때 방식을 조금 바꿨습니다. “잘될 거야” 같은 막연한 말보다, “네가 그동안 이 결정을 얼마나 오래 고민했는지 알아, 그 진심이 대단해”처럼 후배의 내면 과정을 알아봐 주는 말을 건네려 합니다. 결과에 대한 응원보다, 그 선택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때 후배의 표정이 훨씬 밝아진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곁에서 지켜본 한 사람의 사례를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MBTI는 개인의 성격을 완전히 설명하는 진단 도구가 아니며, 같은 INFP라도 자라온 환경이나 관계의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혹시 주변에 안정보다 의미를 좇아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 결정을 무모함으로 보기보다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진심으로 봐주시면 어떨까요. 후배는 얼마 전 첫 단편을 완성했다며 저에게 가장 먼저 원고를 보내줬는데, 그 문장 하나하나에서 그동안의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김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