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팀장이 겪은 ENTP 김 대리 관찰기, 실전 매니지먼트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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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왜 안 돼?” 회의실 상을 엎을 뻔했던 2018년의 기억

아직도 기억나네요. 2018년 가을, 동아리 연합 축제 기획 때문에 일주일 내내 밤샘 회의를 하던 화요일 새벽이었습니다. 다들 지쳐서 맨날 하던 주점이나 플리마켓 같은 뻔한 아이디어만 끄적이고 있었는데, 동기 녀석 하나가 문을 콰당 열고 들어왔습니다. 눈은 충혈돼서 테이블을 탁 치며 그러더군요.

“야, 맨날 하던 거 다 집어치우고 학교 잔디광장 통째로 빌려서 서바이벌 게임장으로 바꾸면 안 돼? 내가 아는 선배한테 장비 협찬 알아볼 테니까 예산 걱정 마.”

솔직히 그때 속으로 ‘또 시작이네, 저 대책 없는 무대포 정신’이라며 짜증이 확 났습니다. 근데 이 인간, 진짜로 다음 날 아침에 협찬사 제안서까지 뽑아와서 과 선배들 설득하더니 기어코 축제를 대성공으로 이끌어냈습니다. 기존 틀을 다 부수고 들어와 생각지도 못한 판을 짜버리는 종족, 그게 제가 처음 마주한 ENTP의 충격이었습니다.

스타트업 마케팅 팀장으로 만난 27살 엔팁 김 대리 관찰기

그 후로 잊고 살다가, 3년 전 IT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면서 마케팅 팀원으로 당시 27살이던 김 대리를 만났습니다. 첫 주간 회의 때부터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대기업 출신인 저에게 김 대리의 행동은 매 순간이 선을 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금요일 오후 4시, 다음 분기 캠페인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제가 가이드라인을 쭉 설명하는데 김 대리가 혼자 손을 번쩍 들더니 눈을 똑바로 뜨고 물어봤습니다. “팀장님, 그 방식은 지난달 인스타그램 전환율 데이터랑 아예 안 맞는데요? 굳이 왜 그렇게 옛날 방식을 고집해야 하죠?”

순간 회의실 분위기가 싸해졌고 솔직히 킹받았습니다. 하극상인가 싶었죠. 근데 회의 끝나고 조용히 대조해 보니까 김 대리 말이 다 맞았습니다. 이 친구들은 앞뒤 다른 아부나 가식적인 리액션을 아예 못 합니다. 회식 때도 팀장 기분 맞춰주려고 끝까지 앉아있는 짓 같은 건 절대 안 하더군요. 재미없으면 슬쩍 화장실 간다 그러고 퇴근해 버리는 자발적 아웃사이더였습니다.

내 피를 말리던 김 대리의 용두사미 극복 매니지먼트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최고인데, 같이 일하다 보면 진짜 피가 마르는 순간이 옵니다. 바로 마무리가 안 된다는 겁니다. 월요일 브레인스토밍 때는 우주를 정복할 것 같은 기획을 쏟아내는데, 수요일쯤 돼서 “김 대리, 그때 말한 기획안 세부 예산안이랑 엑셀 시트 좀 볼까?” 하면 귀신같이 딴청을 피웁니다. 폰트 맞추고 숫자 검증하는 루틴한 서류 작업을 병적으로 싫어하더군요.

결국 뒷수습은 꼼꼼한 성향의 다른 팀원들이 독박을 쓰게 됐고, 팀 내 불만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팀장으로서 이 엔팁 직원을 살리기 위해 제가 직접 겪어보며 짰던 매니지먼트 스코어보드입니다. 확실히 정반대 성향을 붙여놔야 시너지가 나더라고요.

업무 단계ENTP 김 대리의 행동 패턴팀장으로서의 매니지먼트 처방전
1단계: 아이디어 기획미친 듯한 텐션으로 혁신적인 기획 쏟아냄“원래 하던 방식”이라는 말로 꺾지 말고 일단 다 듣기
2단계: 세부 실행 (엑셀)귀신같이 지루해하며 딴청 피우고 폰트만 만짐꼼꼼한 실무자(SJ 성향)와 2인 1조로 강제 매칭
3단계: 최종 마감데드라인 직전까지 미루다가 벼락치기 시작실제 마감일보다 3일 앞당겨서 데드라인 통보하기

재미로 보는 ENTP 특징 빙고판! 당신은 몇 줄인가요?

1열2열3열4열5열
말싸움/토론
절대 안 짐
뒤끝 없음
칼같이 잊음
벼락치기
천재형 인간
관종인데
개인주의
반복 일상
정말 싫어함
계획
짜는 법 모름
팩폭 전문
의도치 않은 상처
호기심 대마왕
일단 다 찔러봄
나한테
관심 꺼, 아니 줘
뒷심 부족
시작만 창대함
솔직함
가식 딱 질색
독특하다
소리 자주 들음
★ ENTP ★
(FREE)
위기대처
능력 만렙
영혼 없는
리액션 장인
남 일에
노관심
뒷담화 대신
앞에서 대놓고 말함
꽂히면
밤새서 파고듦
은근히
낯가림 있음
아이디어
자판기
참견/통제
절대 거부
자존감/자기애
우주 최고
돈 아끼기
제일 어려움
상상력
풍부함
“어떻게든
되겠지” 마인드

“3줄 이상 체크된 엔팁이 있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천재이거나, 혹은 팀장의 피를 말리는 최고의 빌런입니다. (제발 2행 5열 뒷심 부족만 어떻게 좀 해봐…)”

엔팁 부하를 둔 팀장들을 위한 실전 FAQ (완벽한 정답은 없습니다만)

Q. ENTP 김 대리가 프로젝트를 대성공시켰습니다. 동기부여 팍팍 되게 칭찬해주고 싶은데, 어떤 식으로 말해야 주둥이를 더 신나게 놀리며 일할까요? 돈으로 주는 인센티브 말고는 반응이 미적지근하네요.

A. 아주 좋은 고민입니다. 보통 직원들은 “김 대리 고생했어, 역시 최고야” 같은 따뜻한 격려나 감성적인 칭찬을 좋아하지만, 엔팁에게 이런 영혼 없는 리액션은 아무 감흥이 없습니다. 속으로 ‘내 능력이 출중해서 당연한 결과인데 왜 저러시지?’ 하고 넘길 뿐이죠.

이들을 진짜 춤추게 만드는 칭찬은 감정이 아니라 ‘지적 능력에 대한 극찬’입니다.

카톡이나 메신저로 굳이 길게 쓰지 마시고, 다음 회의 때 다른 팀원들 다 보는 앞에서 툭 던지듯 이렇게 말씀해 보세요.

“이번 기획안 솔직히 처음에 리스크 크다고 생각했는데, 김 대리 진짜 천재냐? 그 꽉 막힌 규제 조항을 그렇게 비틀어서 뚫어낼 줄은 몰랐다. 솔직히 나였어도 그 생각은 못 했을 거다.”

자신의 ‘천재성’, 그리고 ‘남들은 생각지도 못한 독창성’을 짚어서 인정해 주는 순간, 엔팁의 광대는 제어가 안 될 정도로 승천합니다. “에이 팀장님 뭘 요 정도 가지고 그러세요~” 하면서 신나서 밤샐 기획안을 또 하나 들고 올 겁니다.

Q. 회의 때마다 제 의견에 사사건건 토를 다는데, 저 무시하는 건가요? 인사고과 확 깎아버릴까요?

A. 저도 처음엔 괘씸해서 고과를 깎아버릴까 고민 진짜 많이 했습니다. 근데 가만 보니까 당신이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그 ‘논쟁’ 자체를 일종의 스포츠나 게임처럼 즐기는 중이더라고요. 여기에 대고 “어디 팀장 말에 토를 다냐”며 권위로 누르려고 하면 그날로 마음속 사표 쓰고 겉으로만 네네 거리는 멍청이가 됩니다. 이들을 조용히 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감정 빼고 더 센 팩트로 때리는 겁니다. “김 대리 아이디어 좋은데, 여기 지난주 실제 집행 비용 집계표 보면 예산 40% 초과야. 대안 있어?”라고 숫자를 들이밀면 의외로 1초 만에 쿨하게 인정하더군요. 뭐, 매번 통하는 건 아니고 가끔 억지 부릴 때도 있긴 한데… 최소한 권위로 누르는 것보단 이게 백번 낫습니다.

Q. 평소엔 신나서 카톡 하던 직원이 갑자기 주말부터 연락을 다 씹고 월요일 출근해서도 벽을 칩니다. 퇴사 신호인가요?

A. 저도 김 대리가 처음 잠수 탔을 때 헤드헌터 만나는 줄 알고 밤에 잠을 못 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닐 확률이 95%입니다. 그냥 에너지가 방전돼서 자기 동굴에 기어 들어간 겁니다. 엔팁이 겉보기엔 세상 마당발에 관종 같아 보여도, 속 알맹이는 지독한 개인주의자들이거든요. 회사에서 에너지 다 쓰고 나면 주말엔 혼자 방구석에서 폰 배터리 충전하듯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이때 “팀원이 주말에 연락도 안 되냐”고 옥죄거나 서운하다고 눈치 주면 숨 막혀서 진짜 사표 던집니다. 그냥 월요일 아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쓱 밀어주면서 모른 척 내버려 두는 게 최고입니다. 솔직히 팀장 입장에서 매번 맞춰주기 피곤하긴 한데, 어쩌겠습니까. 일은 잘하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거죠.

김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