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닝 크루거 효과 때문에 주식으로 번 돈을 반년 만에 다 날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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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 운 좋게도 첫 석 달 동안 계속 수익이 났습니다. 유튜브에서 본 몇 가지 차트 패턴을 따라 했을 뿐인데 신기하게 맞아떨어졌고, 저는 점점 제가 투자에 재능이 있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친구들에게 종목을 추천하고 다녔고, 대출까지 받아서 투자금을 두 배로 늘렸습니다. “이 정도면 나도 전문가 수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자신감은 정확히 반년 만에 무너졌습니다. 시장 상황이 바뀌자 제가 그렇게 믿었던 차트 패턴은 더 이상 맞지 않았고, 손실이 나기 시작하자 저는 오히려 “이건 일시적인 조정일 뿐”이라며 더 큰돈을 밀어 넣었습니다. 결국 그동안 벌었던 돈은 물론이고 원금의 상당 부분까지 날린 뒤에야 정신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확신했을까 되짚어보다가 알게 된 개념이 ‘더닝 크루거 효과’였습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왜 초보일 때 가장 자신만만하게 만들까

더닝 크루거 효과는 어떤 분야에서 실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고, 반대로 실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인지 편향을 말합니다. 이 개념을 연구한 심리학자들은 대학생들에게 시험을 보게 하고 스스로 예상 점수를 매기게 했는데, 실제 성적이 낮은 학생일수록 자기 점수를 훨씬 높게 예측했고, 반대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자신을 겸손하게 낮춰 평가했다고 합니다.

이 현상의 핵심은 ‘메타인지’, 즉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에 있다고 합니다. 어떤 분야를 조금 배운 사람은 아직 그 분야의 복잡함과 예외 상황을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이 아는 얕은 지식이 전부인 줄 착각하기 쉽습니다. 반면 오래 공부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놓치고 있는 변수와 예외가 얼마나 많은지 알기 때문에 오히려 조심스러워진다고 합니다. 저는 처음 석 달의 우연한 성공을 제 실력이라고 착각했고, 시장의 복잡함이나 제가 몰랐던 변수들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의심해보지 않았습니다.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판단할 기준조차 없다는 걸, 그제야 이해하게 됐습니다.

이 개념이 처음 알려진 계기도 흥미로웠습니다. 한 남성이 얼굴에 레몬즙을 바르면 CCTV에 안 찍힐 거라 믿고 복면도 없이 은행을 털다가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비밀 편지에 레몬즙으로 글씨를 쓰면 안 보인다는 단편적인 지식을, 자기 얼굴과 카메라의 관계에까지 그대로 적용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을 단 1퍼센트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번의 우연한 수익을 실력으로 착각하고, 그 확신에 반하는 정보는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제 판단을 뒷받침하는 글이나 영상만 골라 보면서 확신을 더 키웠던 것 같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손실을 겪고 난 뒤 제가 겪은 심리 상태였습니다. 처음엔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다가, 큰 손실을 겪은 뒤로는 반대로 제 판단을 지나치게 의심하는 시기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조금만 수익이 나도 “이것도 결국 운일 뿐이겠지”라며 스스로를 믿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도 학습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단계라고 합니다. 처음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걷히고 나면, 오히려 위축되고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시기를 지나야 비로소 현실적인 판단력이 자리 잡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장은 답답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기가 저를 더 신중한 투자자로 만들어준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손실을 겪고 나서 달라진 태도

큰 손실을 겪은 뒤, 저는 예전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투자에 접근하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확신이 들면 바로 큰돈을 넣었는데, 이제는 투자하기 전에 제가 왜 이 판단을 내리는지, 그리고 이 판단이 틀렸을 경우 어떤 신호를 놓쳤을지를 먼저 적어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나중에 결과가 나왔을 때 그 기록과 비교해보면, 제가 얼마나 자주 근거 없이 확신했는지가 눈에 보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기록을 남기기 시작하니 예전보다 훨씬 신중해졌고, 큰 손실도 줄어들었습니다.

주변에서 아직도 몇 번의 성공만으로 자신만만해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예전의 제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반대로 진짜 오래 투자해온 지인들은 늘 “이번에도 틀릴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태도가 소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게 진짜 실력을 가진 사람의 신중함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얼마 전 후배가 코인 투자로 몇 번 재미를 봤다며 자신 있게 종목을 추천하러 온 적이 있습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그 확신에 혹해서 그대로 따라 했을 텐데, 이번엔 다르게 반응했습니다. “그 판단이 틀렸을 경우 어떤 신호가 나타날 것 같아?”라고 물어봤더니 후배는 선뜻 대답을 못 했습니다. 저는 제 경험을 담담하게 들려주며, 몇 번의 성공이 실력을 증명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후배가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새겨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제가 겪었던 실수를 누군가에게 미리 알려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위안이 됐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제가 직접 겪은 경험을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개념에 비춰 정리한 내용입니다. 어떤 일이든 처음 몇 번의 성공에 취해 근거 없는 확신이 든다면, 그건 실력이 늘어서가 아니라 아직 그 분야의 어려움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내가 지금 모르는 게 뭘까”를 자주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훗날 겪을 큰 손실을 미리 막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저는 투자 관련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대되는 의견을 일부러 한 번 더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김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