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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여름 휴가철 오랜만에 가족여행을 떠나던 날이었습니다. 전날 밤부터 저는 은근히 걱정이 많았습니다. “비행기가 연착되면 어떡하지”, “짐이 많은데 택시가 안 잡히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모든 게 술술 풀렸습니다. 택시는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잡혔고, 공항에 도착하니 수속 줄도 거의 없었습니다. 심지어 비행기 옆자리가 비어서 아이가 편하게 누워서 갈 수 있었고, 도착한 숙소에서는 예약보다 좋은 방으로 업그레이드까지 해줬습니다. 짐을 풀면서 아내와 서로 “오늘 무슨 날인가 봐”라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며 그날 하루를 돌아보는데, 다들 “오늘 진짜 되는 일만 있었다”며 웃었습니다. 저는 문득 이런 날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라면 뭔가 하나쯤은 꼬였을 텐데, 그날은 정말 좋은 우연들만 연달아 일어난 것 같았습니다. 이 신기한 기분을 계기로 찾아보다가 알게 된 개념이 ‘샐리의 법칙’이었습니다.
샐리의 법칙은 실제로 존재하는 법칙일까
샐리의 법칙은 흔히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된다”는 머피의 법칙과 정반대로, 좋은 일이 계속해서 우연히 겹쳐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다만 이 개념은 물리학이나 통계학에서 검증된 법칙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심리적 경향을 부르는 이름에 가깝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날 하루에 정말 평소보다 훨씬 많은 행운이 몰렸을 수도 있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우리가 좋은 일들을 유독 더 선명하게 인식하고 기억하는 경향과도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이 현상의 배경에는 확증 편향이라는 심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날 저는 이미 “오늘은 뭔가 좋은 예감이 든다”는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사소하게 잘 풀리는 일들도 유독 크게 의미를 부여하며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평소 걱정이 많은 날에는 작은 불편함도 “역시 오늘 일진이 안 좋다”며 더 크게 느끼곤 했습니다. 결국 같은 확률로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섞여 일어나더라도, 그날의 기분과 기대에 따라 우리가 어떤 쪽에 더 집중하느냐가 그 하루를 완전히 다르게 기억하게 만드는 셈입니다.
여기에는 낙관 편향이라는 심리도 함께 작용한다고 합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실제보다 조금 더 긍정적으로 예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날 저는 여행이라는 설레는 이벤트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이 낙관 편향이 더 강하게 작동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기대가 먼저 자리 잡고 나면, 그 기대에 들어맞는 사건들이 훨씬 눈에 띄게 다가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날의 좋았던 기억은 순전한 우연이라기보다, 제 기대와 실제 사건이 서로 맞물리며 만들어낸 결과에 가까웠던 셈입니다.
기분 좋은 상태가 실제로 좋은 일을 부르기도 합니다
찾아보니 단순히 기억의 왜곡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는 실제로 사람의 행동도 조금씩 달라진다고 합니다. 여유롭고 긍정적인 기분일 때는 표정이 밝아지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더 부드러워진다는 것입니다. 그날 제가 공항 직원분께 웃으며 인사를 건넸던 것도, 어쩌면 방 업그레이드 같은 작은 친절로 돌아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기분이 좋은 태도를 만들고, 그 태도가 다시 주변 사람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작은 선순환이 있었던 셈입니다.
곁에서 실천해본 것들
이 경험 이후로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 그날 있었으면 하는 좋은 일을 잠깐이라도 떠올려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거창한 기대는 아니고, “오늘은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다”, “오늘 점심은 맛있는 걸 먹었으면 좋겠다” 정도의 소박한 바람입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면, 그날 있었던 작은 좋은 일들을 예전보다 훨씬 잘 알아차리게 됐습니다. 반대로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날에는, 좋은 일이 있어도 그냥 스쳐 지나가듯 넘겨버렸다는 걸 이제야 깨닫습니다.
아내도 비슷한 방법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잠들기 전 그날 있었던 좋은 일 하나를 저에게 이야기해주는 습관을 만들었는데, 처음엔 어색해했지만 몇 주 지나니 오히려 그 순간을 기다리게 됐다고 했습니다. 하루 종일 힘든 일이 많았어도, 자기 전에 굳이 좋았던 순간 하나를 찾아 말하다 보면 그날 전체가 조금 다르게 정리되는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요즘 이 습관 덕분에, 예전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분이 확실히 가벼워졌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제가 직접 겪은 경험을 샐리의 법칙이라는 개념에 비춰 정리한 내용입니다. 유독 되는 일이 많았던 날이 있다면, 그건 순전한 우연일 수도 있지만 그날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바라봤는지와도 관련이 있을지 모릅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잘못될 일보다 잘 풀릴 일을 한번 먼저 떠올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작은 마음가짐 하나가, 오늘 하루를 기억하는 방식을 꽤 다르게 만들어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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