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효과를 실감한, 헬스장에서 덤벨을 떨어뜨렸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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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헬스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무리하게 무게를 올려 덤벨 운동을 하다가, 힘이 풀려 덤벨을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쿵” 하는 소리가 운동 기구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헬스장 전체에 울려 퍼졌고, 순간 정적이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얼굴이 화끈거려서 고개도 못 들고 서둘러 짐을 챙겨 나왔습니다. 트레이너 선생님까지 이쪽을 쳐다본 것 같아서, 그 뒤로 며칠은 그 시간대 그 자리를 일부러 피해 다닐 정도였습니다.

그날 이후 며칠 동안 저는 그 헬스장에 가는 게 괜히 부담스러웠습니다. “사람들이 다 나를 그 요란한 소음의 주인공으로 기억하고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우연히 그날 옆에서 운동하던 지인을 만나 그 얘기를 슬쩍 꺼냈더니, 지인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어? 나는 그날 이어폰 끼고 운동해서 전혀 몰랐는데”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저 혼자 며칠을 끙끙 앓았는데, 정작 옆에 있던 사람조차 그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 경험이 계속 마음에 남아서 찾아보다가 알게 된 개념이 ‘스포트라이트 효과’였습니다.

스포트라이트 효과는 왜 내 실수를 실제보다 크게 느끼게 할까

스포트라이트 효과란 자신의 행동이나 실수를 다른 사람들이 실제보다 훨씬 더 많이 주목하고 기억할 거라 착각하는 심리를 말합니다. 이 개념을 처음 증명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고 합니다. 연구진이 대학생들에게 다소 민망한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혀 강의실에 잠깐 있게 한 뒤, 몇 명이나 그 티셔츠를 알아챘을 것 같냐고 물었습니다. 학생들은 최소 절반은 눈치챘을 거라 예상했는데, 실제로 기억한 사람은 4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이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가 세상을 오직 자기 자신의 시선으로만 경험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 덤벨 소리를 제 귀로 가장 크고 생생하게 들었고, 제 부끄러움을 누구보다 먼저 느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저와 똑같은 정도로 그 사건을 인식했을 거라고 자연스럽게 착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헬스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운동에 집중하고 있었을 뿐, 저의 그 짧은 실수에 오래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셈입니다.

내 감정이 겉으로 다 드러난다는 착각도 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또 다른 착각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날 얼굴이 화끈거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스스로 너무 생생하게 느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도 제 당황한 표정과 감정을 다 읽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제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이 겉으로 그렇게까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제 표정보다 각자 자신의 운동 세트 수나 다음 스케줄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을 겁니다. 제 부끄러움은 오직 저만 크게 느끼고 있었던, 저 혼자만의 무대였던 셈입니다.

이런 착각은 온라인에서 더 심해진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SNS에 사진 한 장을 올릴 때도 저는 배경의 작은 잡티까지 신경 쓰며 몇 번이고 다시 찍곤 했습니다. 반응이 평소보다 적으면 “혹시 사람들이 이상하게 봤나” 하고 혼자 불안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 역시 다른 사람의 게시물을 볼 때 몇 초 안에 스크롤을 넘기며 지나갑니다. 다들 자기 게시물에 달릴 반응을 걱정하느라 바쁘지, 남의 사진 배경 구석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다는 걸 그제야 인정하게 됐습니다.

곁에서 실천해본 방법

이 개념을 알고 나서, 저는 비슷한 민망한 순간이 생기면 일부러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이런 실수를 봤다면, 며칠씩 기억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답은 “아니오”였습니다. 저도 남의 사소한 실수는 그 자리에서 웃고 넘기면 금방 잊어버리니까요. 이 질문 하나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예전 같으면 며칠을 끙끙 앓았을 일을 훨씬 가볍게 넘길 수 있게 됐습니다. 최근에도 발표 중에 말을 한 번 더듬은 적이 있었는데, 예전보다 훨씬 빨리 마음을 추스르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더 도움이 됐던 건, 불안한 순간에 시야를 일부러 넓혀보는 연습이었습니다. 마치 카메라가 멀리서 그 공간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상상하면, 그 안에서 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작은지 느껴집니다. 수십 명이 각자의 운동에 집중하고 있는 헬스장 전체를 떠올려보면, 그 안에서 덤벨 소리 한 번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는 배경음일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시야를 넓혀보는 상상만으로도, 저를 짓누르던 부끄러움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제가 직접 겪은 경험을 스포트라이트 효과라는 개념에 비춰 정리한 내용입니다. 어떤 실수를 하고 나서 오랫동안 부끄러움에 시달리고 계신다면, 그 조명은 다른 누구도 아닌 여러분 스스로가 가장 밝게 켜놓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훨씬 쉽게 그 순간을 잊습니다. 오늘 혹시 작은 실수로 마음이 무거우시다면, 그 조명을 조금 낮춰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그 헬스장에서 예전처럼 씩씩하게 무게를 늘려가며 운동하고 있습니다.

김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