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I형 동기와 일하며 알게 된, 분위기 메이커의 숨겨진 약점

disc i형을 설명한 섬네일
좋은 정보는 함께 나눠요

입사 동기가 사내 워크숍 기획을 맡았을 때, 첫 회의 분위기부터 남달랐습니다. 다들 시큰둥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회의실이, 동기가 몇 마디를 던지자 순식간에 활기를 띠었습니다. “이번엔 진짜 재밌게 해봅시다, 다들 기대하셔도 좋아요!” 이 한마디에 다들 웃으며 아이디어를 하나둘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이 동기가 사람들을 움직이는 재주 하나는 정말 타고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세부 일정표는 회의 며칠 전에야 겨우 완성됐고, 예산 정산 서류는 마감 당일까지 손도 못 댄 상태였습니다. 결국 저를 포함한 몇몇 동료가 급하게 뒷수습에 나서야 했습니다.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누구보다 뛰어났던 동기가, 왜 정작 꼼꼼함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이렇게 허술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DISC 검사에서 이 동기가 ‘I형, 사교형’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I형은 왜 분위기는 띄우면서 디테일은 놓칠까

DISC에서 I형은 ‘Influence’, 즉 사교형을 뜻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와 분위기를 중시하며, 열정과 낙관으로 주변을 이끄는 성향이라고 합니다. 이 유형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 에너지가 오히려 차오르고, 그 에너지로 주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린다고 합니다. 제가 봤던 그 첫 회의의 활기도, 결국 동기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던 셈입니다.

다만 이 유형은 세부적인 계획이나 반복적인 관리 업무에는 상대적으로 흥미를 덜 느낀다고 합니다. 순간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반응에 집중하는 만큼, 예산 항목을 하나하나 정리하거나 일정을 촘촘히 짜는 일은 오히려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동기가 회의 분위기는 완벽하게 잡으면서도 정작 서류 작업은 마감 직전까지 미뤘던 것도, 게을러서가 아니라 이 유형이 편안하게 느끼는 일의 결이 원래 그쪽과는 다르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I형이 타인의 반응에 유독 민감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호감을 얻는 것 자체가 이 유형에게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고 합니다. 동기가 회의에서 그렇게 열정적으로 분위기를 띄웠던 것도, 사람들의 밝은 반응 하나하나가 동기에게는 실질적인 에너지원이었던 셈입니다. 반대로 무시당하거나 반응이 냉담할 때는 눈에 띄게 의욕을 잃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 번은 다른 팀장님이 동기의 아이디어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 적이 있었는데, 그날 동기는 하루 종일 평소와 다르게 조용했습니다.

낙관이 때로는 발목을 잡기도 했습니다

이 유형에 대해 더 찾아보다가, 지나친 낙관이 오히려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는 설명을 봤습니다. I형은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어떻게든 잘 될 것”이라 믿는 경향이 강한데, 이게 때로는 현실적인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동기도 예산 정산이 늦어지는 걸 알면서도 “그때 가서 하면 되지”라며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마감 직전에 몰아서 하다 보니 실수가 잦아졌습니다. 저는 이 모습을 보며, 동기의 그 낙천적인 성격이 사람들을 이끄는 힘이자 동시에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알게 된 것들

시간이 지나며 저와 동기는 자연스럽게 역할을 나누게 됐습니다. 동기가 사람들 앞에서 아이디어를 던지고 분위기를 이끌면, 저는 그 아이디어를 실제 일정과 예산으로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처음엔 그냥 서로 성향이 다르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조합이 꽤 잘 맞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동기 혼자였다면 놓쳤을 디테일을 제가 채우고, 저 혼자였다면 밋밋했을 기획에 동기가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식이었습니다.

동기에게 부탁하는 방식도 조금 바꿨습니다. “이 서류 언제까지 해주세요”라고 막연히 말하면 계속 미뤄지길래, 이제는 아예 “이번 주 수요일 오후 2시에 저랑 같이 30분만 정리해요”처럼 구체적인 시간과 함께 부탁합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함께할 시간을 정해두면, 동기도 훨씬 수월하게 그 일을 처리했습니다. 혼자 조용히 하는 작업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걸 알면 오히려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칭찬하는 방식도 조금 신경 쓰게 됐습니다. 예전엔 그냥 “수고했어요”라고 무심하게 넘겼는데, 이제는 “아까 회의에서 그 아이디어 정말 좋았어요, 다들 표정이 확 밝아지던데요”처럼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았는지 짚어서 말해줍니다. 별것 아닌 차이 같은데, 이렇게 말해주면 동기의 다음 날 컨디션이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이 유형에게는 인정의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훨씬 큰 동력이 된다는 걸, 함께 일하며 여러 번 확인했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곁에서 지켜본 한 사람의 사례를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DISC는 개인의 성격을 완전히 설명하는 진단 도구가 아니며, 같은 I형이라도 자라온 환경이나 업무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혹시 주변에 분위기는 잘 띄우지만 디테일에서 자꾸 구멍이 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탓하기보다 함께할 구체적인 시간을 정해 협업해보시면 어떨까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이 의외로 잘 맞물릴지도 모릅니다. 그 워크숍은 결국 무사히 끝났고, 지금도 동기는 회사에서 가장 먼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사람으로 통합니다.

김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