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포비아를 제대로 실감한, 워크숍 이틀 동안 폰을 뺏겼던 이야기

노모포비아-극복-방법-설명-사진
좋은 정보는 함께 나눠요

작년 회사에서 1박 2일 워크숍을 갔는데, 첫날 도착하자마자 진행자가 모두의 스마트폰을 수거했습니다. “온전히 이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였습니다. 저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반납함에 제 스마트폰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상하게 손끝이 허전하고 자꾸 주머니로 손이 갔습니다. 옆자리 동료도 비슷한 표정이었는데, 몇몇은 노골적으로 “이거 진짜 이틀 내내 안 돌려주는 거예요?”라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첫날 저녁 내내 저는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쯤 팀 단톡방에 뭔가 올라왔을 텐데”, “혹시 급한 연락이 왔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심지어 자려고 누웠는데도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린 것 같은 착각이 몇 번이나 들어서 뒤척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둘째 날 오후가 되니 그 초조함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습니다. 오히려 눈앞의 풍경과 사람들의 대화에 훨씬 집중이 잘 됐고, 이틀 만에 스마트폰을 돌려받았을 때는 반가움보다 약간의 아쉬움마저 들었습니다. 도대체 그 이틀 사이에 제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알게 된 개념이 ‘노모포비아’였습니다.

노모포비아는 왜 첫날에 가장 심하게 나타날까

노모포비아는 스마트폰이 없거나 사용할 수 없을 때 불안과 초조함을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히 심심하거나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심장이 빨리 뛰거나 식은땀이 나는 등 실제 신체 반응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도 첫날 저녁, 프로그램 도중에 손바닥에 땀이 살짝 배는 걸 느꼈는데, 그때는 그냥 낯선 환경 탓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바로 스마트폰과의 단절에서 오는 전형적인 반응이었던 셈입니다.

이 불안의 핵심에는 ‘연결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 수단을 넘어 제 모든 인간관계와 정보가 모이는 창구였는데, 그게 갑자기 사라지니 뇌가 “지금 나만 세상과 단절되고 있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알림이 안 왔는데도 진동이 울린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고 했는데, 이것도 노모포비아를 겪는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뇌가 연결에 지나치게 예민해진 상태에서는 아주 작은 몸의 감각조차 알림으로 착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이런 불안을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는 목록도 있었습니다.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왔을 때 유독 불안한지, 배터리가 조금만 부족해도 마음이 급해지는지, 알림이 없는데도 계속 화면을 확인하게 되는지 같은 항목들이었습니다. 저는 이 목록을 보면서 워크숍 전까지의 제 모습을 하나씩 떠올려봤는데, 절반 이상이 평소의 저와 정확히 겹쳤습니다. 그동안은 그냥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성격 정도로만 여겼는데, 생각보다 훨씬 깊이 의존하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인정하게 됐습니다.

왜 둘째 날부터는 오히려 편해졌을까

가장 신기했던 건 둘째 날부터의 변화였습니다. 처음엔 불안했지만, 하루 이상 스마트폰 없이 지내다 보니 “생각보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구나”라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됐습니다. 급한 연락이 있을 거라 걱정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고, 그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서서히 편안해졌습니다. 뇌가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안전하다는 걸 새로 학습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워크숍 내내 옆 사람과 나눈 대화도 평소보다 훨씬 깊었습니다. 대화 중간에 무의식적으로 폰을 확인하던 습관이 아예 불가능해지니, 자연스럽게 눈앞의 사람과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됐던 것입니다.

곁에서 실천해본 작은 습관

워크숍이 끝난 뒤로도 저는 그 이틀의 경험을 완전히 잊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저녁 식사 시간만큼은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두고 오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습관처럼 손이 허전했지만, 며칠 지나니 오히려 가족과의 대화가 늘었습니다. 잠들기 전에도 충전기를 침대에서 먼 곳에 두기 시작했는데, 그 작은 물리적 거리 하나만으로도 자기 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화면 설정도 하나 바꿨습니다. 화면을 흑백 모드로 바꾸고, 급하지 않은 앱들의 알림 배지를 다 꺼버렸습니다. 처음엔 색깔 없는 화면이 어색했는데, 신기하게도 화려한 색과 빨간 숫자가 사라지니 무심코 폰을 켜는 횟수 자체가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손이 심심할 때마다 반사적으로 폰을 켰는데, 이제는 그 반사적인 동작이 확실히 줄어든 걸 스스로도 느낍니다. 작은 설정 하나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제가 직접 겪은 경험을 노모포비아라는 개념에 비춰 정리한 내용이며, 개인의 심리 상태를 진단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 단순히 아쉬운 정도를 넘어 심장이 빨리 뛰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불안하시다면, 혼자 판단하기보다 가까운 전문가와 이야기 나눠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혹시 오늘 하루, 잠깐이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눈앞의 풍경이나 사람에게 시선을 돌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생각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 워크숍 이후로, 가끔 일부러 폰 없이 동네를 산책하는 시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