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 효과를 직접 만든 뒤에야 알았습니다, 축구팀 막내 코치의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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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동네 조기축구 클럽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 아이들 중 유독 몸놀림이 서툰 아이가 한 명 있었는데, 저는 몇 번의 훈련만 보고 “저 친구는 운동 신경이 좀 부족한 편이구나” 하고 속으로 단정 지어버렸습니다. 겉으로 티를 낸 적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저도 모르게 행동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패스 연습을 할 때 그 아이에게는 공을 덜 보내게 됐고, 실수해도 다른 아이들만큼 격려의 말을 건네지 않았습니다.

몇 달이 지나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아이의 실력이 눈에 띄게 나빠지기 시작한 겁니다. 원래도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점점 공을 무서워하고 다른 아이들 뒤로 숨으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역시 저 친구는 운동에 소질이 없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코치님이 조심스럽게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 친구, 요즘 코치님이 자기한테 공 잘 안 준다고 서운해하던데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뜨끔했습니다. 제가 무심코 품었던 낮은 기대가, 정말로 그 아이를 그렇게 만들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찾아보게 된 개념이 ‘골렘 효과’였습니다.

골렘 효과는 왜 무심한 행동만으로도 사람을 무너뜨릴까

골렘 효과는 누군가에 대한 낮은 기대가 실제로 그 사람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름은 유대 전설 속 진흙 인형 골렘에서 따온 것인데, 창조자의 의도대로 움직이지만 결국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 존재라는 점에서, 낮은 기대가 사람의 잠재력을 짓누르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 현상에서 가장 무서운 부분은, 대놓고 비난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그 아이에게 단 한 번도 “너는 못한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공을 덜 보내고, 눈을 덜 맞추고, 실수했을 때 다른 아이들만큼 다정하게 기다려주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미묘한 행동의 변화가 아이에게는 분명한 불신의 신호로 전달됐던 것 같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코치가 자신에게 기회를 덜 준다는 걸 몸으로 느꼈을 테고, 그 위축된 마음이 다시 실수로 이어지고, 그 실수를 본 저는 제 판단이 맞았다고 착각하며 더 낮은 기대를 품는 악순환이 만들어졌던 셈입니다. 처음의 편견이 실제 결과로 증명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편견이 만들어낸 결과였다는 걸 그제야 이해하게 됐습니다.

찾아보니 이 개념은 1960년대 한 유명한 교육 실험에서 처음 주목받았다고 합니다. 연구진이 무작위로 뽑은 학생들을 교사에게 “성장 가능성이 큰 아이들”이라고 소개하자, 실제로 그 학생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올랐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흔히 이 실험은 긍정적인 기대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유명한데, 심리학자들이 더 주목한 건 오히려 반대편이었다고 합니다. 교사가 특정 학생을 가능성이 없다고 여기면, 질문을 덜 던지고 발표 기회를 덜 주고 실수에 냉담하게 반응하면서, 결국 그 학생의 성취도가 실제로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제가 축구장에서 했던 행동이 정확히 그 축소판이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대로 기대를 걸어준 아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 저는 다른 아이 하나를 떠올려봤습니다. 처음엔 그 아이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았는데, 우연히 연습 경기에서 좋은 패스를 하나 성공시킨 뒤로 제가 “너 패스 감각이 좋다”는 말을 몇 번 건넸습니다. 그 뒤로 그 아이는 눈에 띄게 적극적으로 공을 요구했고, 실력도 빠르게 늘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한 아이는 무너지고 다른 아이는 성장한 걸 보면서, 결국 제가 무심코 건넨 몇 마디와 시선의 차이가 두 아이의 궤적을 갈랐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떠올랐습니다. 예전 팀에 유독 실수가 잦다고 소문난 동료가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팀장님이 그 동료에게만 유독 쉬운 업무만 맡기고 중요한 회의에서는 발언 기회를 잘 주지 않았던 게 기억납니다. 그때는 “저 사람이 실수가 많으니까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순서가 반대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회가 줄어드니 경험이 쌓이지 못했고, 경험이 없으니 실수가 반복됐고, 그 실수를 본 팀장님은 더더욱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곁에서 바꿔본 것들

이후 저는 의식적으로 그 아이에게 먼저 공을 보내고, 실수해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기다려주려 애썼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몇 주가 지나자 아이의 표정부터 달라졌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공을 따라다녔고, 작은 성공에도 밝게 웃었습니다.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위축되어 있던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저는 그 변화를 보며, 제가 가진 기대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그 뒤로 저는 아이들을 지도할 때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지금 내가 이 아이에게 보내는 시선과 말투가, 저 아이의 실력이 아니라 내 선입견에서 나온 건 아닐까.” 답을 확신할 수 없을 때가 더 많지만, 적어도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만으로도 무심코 반복하던 행동을 한 번 더 돌아보게 됐습니다. 완벽하게 공정한 시선을 갖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제가 누군가의 가능성을 미리 재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계속 점검하려 합니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제가 직접 겪은 경험을 골렘 효과라는 개념에 비춰 정리한 내용입니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향한 낮은 기대가 그저 내 마음속 생각일 뿐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눈빛과 태도를 통해 상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합니다. 혹시 곁에 있는 누군가의 실수가 유독 자주 눈에 띈다면, 그 사람의 부족함을 탓하기 전에 내가 그 사람을 어떤 시선으로 대하고 있었는지 한번 돌아봐 주시면 어떨까요. 그 작은 반성 하나가, 누군가의 가능성을 다시 열어주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릅니다.

김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