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터치 불면증 자가검진 19점, 새벽에 깨는 걸 나이 탓인 줄 알았습니다

블루터치 자가진단 사이트 사진
좋은 정보는 함께 나눠요

“귀하는 중한 수준의 불면증에 해당하고 있습니다.”

화면에 그 문장이 떴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게 그 정도였나’였습니다. 저는 제가 잠을 못 자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 글은 제가 공개된 자가검진을 직접 해보고 남긴 기록입니다. 저는 의료인도 심리 전문가도 아니며, 검사 문항이나 채점 기준을 다루지 않습니다. 자가검진 결과는 진단이 아닙니다.

블루터치 불면증 자가검진에서 19점이 나왔습니다

블루터치 불면증 자가진단 결과 사진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운영하는 정신건강 통합 플랫폼 ‘블루터치‘라는 곳이 있습니다. 저는 다른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들어갔는데, 거기 자가검진 항목이 열한 가지 있더군요. 우울, 스트레스, 삶의 질, 수면, 중독 같은 것들인데 회원가입 없이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수면을 골랐습니다. 별생각 없이 눌렀습니다.

문항은 일곱 개였고 지난 2주를 기준으로 묻습니다. 답하는 데 2분이 안 걸렸습니다. 결과가 19점, 0점에서 28점 사이에서 15점부터 21점까지가 중한 수준이라고 표시됐습니다.

제 답을 다시 보니 한 항목에서 유독 눈이 멎었습니다. 새벽에 너무 일찍 깨는지를 묻는 문항이었습니다. 저는 요 몇 달 네 시 반쯤 눈이 떠지고, 다시 자려다 실패하고, 그냥 일어나 앉아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한 번도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나이 들면 새벽잠이 없어진다고들 하니까요.

불면증 심각도 척도는 잠든 시간을 재지 않습니다

제가 한 검사는 한국판 불면증 심각도 척도라고 부르는 도구였습니다. 결과 화면에 근거 논문과 국립정신건강센터의 표준지침이 함께 적혀 있어서, 어디서 온 도구인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척도에서 흥미로웠던 건 몇 시간을 잤는지 묻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잠들기가 어려운지, 자다 자꾸 깨는지, 새벽에 너무 일찍 깨는지를 나눠서 묻습니다. 그다음에는 지금 수면 패턴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그 문제가 다른 사람 눈에 얼마나 드러난다고 느끼는지,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그리고 낮 생활을 얼마나 방해하는지를 묻습니다.

정리하면 이 도구가 재는 건 수면의 양이 아니라 그 수면이 나를 얼마나 갉아먹고 있는가입니다. 그래서 여섯 시간을 자도 낮이 멀쩡하면 점수가 낮게 나오고, 일곱 시간을 자도 낮이 무너지면 점수가 높게 나옵니다.

제가 19점을 받은 이유도 여기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총 수면 시간만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새벽 네 시 반에 깨도 열두 시에 누웠으니 네 시간 반은 잤다고, 그럼 됐다고 넘겨왔습니다. 척도가 묻는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오후 세 시에 훅 꺼지던 게 따로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문항 중에 수면 문제가 낮의 피로나 집중력, 기억력, 기분을 얼마나 방해하는지 묻는 항목이 있습니다. 거기서 저는 망설이지 않고 높은 쪽을 골랐습니다.

오후 세 시쯤이면 훅 꺼집니다.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 방금 읽은 문단이 안 읽히고, 한 줄을 세 번 읽습니다. 아내가 저녁에 낮에 뭐 했느냐고 물으면 오후가 통째로 흐릿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이걸 오래 점심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밥을 많이 먹어서, 커피를 늦게 마셔서, 사무실이 더워서. 이유는 매번 달랐는데 시간대는 늘 같았습니다.

의료 정보에서는 불면이 이어질 때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같은 인지 기능 문제, 그리고 낮 시간의 피로와 졸음이 함께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새벽에 깨는 것과 오후에 꺼지는 것을 저는 서로 다른 일로 알고 지냈는데, 검사지는 그 둘을 한 묶음으로 묻고 있었습니다. 그게 제일 이상했습니다. 이미 반년 가까이 겪은 일인데 연결해본 적이 없었다는 게요.

점수를 보고 바꾼 수면 습관

예전에는 못 잔 날이면 다음 날 더 일찍 누웠습니다. 손해를 메우려는 계산이었죠. 그런데 일찍 누우면 잠은 더 안 왔습니다. 예전에 잘 자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깨어 있게 되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정작 제가 그걸 하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못 잔 날에도 눕는 시각을 그대로 둡니다. 일어나는 시각도 새벽에 깼든 아니든 같게 맞춰봤습니다. 아직 두 주밖에 안 됐지만 네 시 반이 다섯 시 반쯤으로 밀린 날이 몇 번 있었습니다.

새벽에 깨서 다시 잠들려고 버티던 것도 그만뒀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몇 분 안에 잠들지 않으면 일어나서 다른 일을 하는 편을 권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동안 반대로 했습니다. 어떻게든 다시 자야 한다고 눈을 감고 한 시간씩 누워 있었고, 그 한 시간이 매번 제일 괴로웠습니다. 지금은 20분쯤 지나면 그냥 거실로 나옵니다. 불은 켜지 않고 책만 조금 읽다 다시 들어갑니다. 못 자는 시간이 줄어든 건 아닌데, 그 시간이 훨씬 덜 괴롭습니다.

그리고 아직 못 한 게 하나 남았습니다. 검진 예약입니다. 자료를 찾다 알게 된 건데 만 19세 이상 서울시민은 지정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초진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더군요. 수면 문제도 충분한 방문 사유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걸 알고도 한동안 ‘정리만 해두고 말지’ 하며 넘겨왔습니다. 정신과에 간다는 게 여전히 제게는 큰일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19점을 보고 나니 미룰 이유가 하나씩 사라졌습니다. 이번 주에는 전화를 걸어보려고 합니다. 가보면 어땠는지는 나중에 따로 적겠습니다.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는 다른 제도들은 무료·저가로 상담받는 방법 총정리에 모아두었습니다.

자가검진은 진단이 아닙니다

결과 화면에도 적혀 있었습니다. 자가진단은 정확한 진단으로 쓰기 어려우니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상담이나 진료가 필요하다고요. 19점은 제 상태에 붙은 이름이 아니라, 한번 들여다볼 만하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다만 2분짜리 검사가 반년 동안 따로 놓여 있던 두 가지를 이어줬습니다. 새벽에 깨는 것과 오후에 꺼지는 것이 같은 문제의 앞뒤였다는 것을요. 그것만으로도 해볼 값은 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요즘 잠이 편치 않으시다면 블루터치에서 한번 해보시길 권합니다. 무료고, 회원가입도 필요 없고, 2분이면 끝납니다. 수면 말고도 우울과 스트레스를 비롯해 열한 가지가 있으니 마음 쓰이는 쪽을 고르시면 됩니다. 점수가 높게 나왔다면 거기서 멈추지 마시고 이어지는 제도까지 확인해보세요. 서울시민은 정신건강의학과 초진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조건에 따라 심리상담 비용을 지원하는 바우처 사업도 있습니다. 제도 쪽은 다음 글에서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이 글은 제가 직접 검사를 해보고 남긴 기록이며, 저는 심리상담사도 임상심리사도 의료인도 아닙니다. 자가검진 결과는 개인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진단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수면 문제로 오래 힘드시다면 의료기관이나 전문가와 상담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 Cho YW, Song ML, Morin CM. Validation of a Korean Version of the Insomnia Severity Index. Journal of Clinical Neurology. 2014;10(3):210-215.
  • 국립정신건강센터, 『2020년 정신건강검진도구 및 사용에 관한 표준지침』, 2020.

두 자료는 검사 결과 화면에 근거로 표기된 것을 확인해 옮긴 것이며, 원문을 통독하지는 않았습니다.

김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