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두 효과 때문에 입사 첫날 지각 하나로 1년 내내 시달린 이야기

초두효과-사진
좋은 정보는 함께 나눠요

새 회사로 이직한 첫날, 하필 지하철이 고장 나는 바람에 저는 출근 시간보다 15분 늦게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첫인상을 제대로 남기고 싶었는데 시작부터 어그러진 셈이었습니다. 팀장님께 죄송하다고 몇 번을 사과했고, 그날 이후로는 매일 30분씩 일찍 출근하며 성실함을 보이려 애썼습니다. 심지어 첫 주 내내 다른 팀원들이 다 퇴근한 뒤에도 남아서 업무 파악에 몰두했는데, 그마저도 그 첫날의 지각 이미지를 지우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1년이 다 되도록 팀 사람들은 저를 “그때 첫날 지각했던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누군가 “저 사람 원래 좀 시간 개념이 없어서”라며 농담 삼아 그 얘기를 다시 꺼낸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뒤로 단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었는데, 유독 그 첫날의 인상만 사람들 기억 속에 단단히 박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왜 그 하루가 이렇게까지 오래갔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알게 된 개념이 ‘초두 효과’였습니다.

초두 효과는 왜 첫 정보에 이렇게 강하게 매달릴까

초두 효과란 여러 정보를 순서대로 접했을 때, 처음 접한 정보가 이후의 판단과 기억에 훨씬 강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사람의 기억 구조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정보를 처음 접하면 그 정보를 저장할 때 우리 뇌가 비교적 여유롭고 집중된 상태에서 깊이 있게 처리한다고 합니다. 반면 그 뒤에 들어오는 정보들은 이미 쌓인 정보들과 뒤섞이면서 상대적으로 얕게 처리되고 쉽게 흐려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첫날 보여준 지각이라는 인상은, 팀원들의 기억 속에 가장 먼저, 가장 선명하게 자리 잡아버렸던 셈입니다.

더 흥미로운 건 그 첫인상이 이후의 모든 정보를 해석하는 틀로 작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첫날의 지각 때문에 저에게 ‘시간 관리가 허술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한번 자리 잡고 나니, 그 뒤로 제가 아무리 성실하게 일찍 출근해도 사람들은 그걸 그저 예외적인 노력으로 받아들일 뿐, 저에 대한 첫 이미지 자체를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회의에서 살짝 늦게 도착하는 날이면 “역시 첫날부터 그랬지”라며 예전 기억을 다시 꺼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처음 만들어진 인상이 그 뒤의 모든 행동을 해석하는 렌즈처럼 작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후광 효과와도 맞닿아 있다고 합니다. 한 가지 인상이 좋으면 그 사람의 다른 면까지 덩달아 좋게 보이고, 반대로 한 가지 인상이 나쁘면 다른 좋은 점들도 깎아내려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엔 첫날의 지각이라는 부정적인 인상이 일종의 색안경처럼 작용해서, 그 뒤로 제가 보여준 성실한 모습들도 온전히 제 가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계속 걸러졌던 셈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남긴 사람은 이후 사소한 실수를 해도 훨씬 관대하게 넘어가지는 경우를 여러 번 본 적이 있는데, 이것도 같은 원리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 것이었습니다.

초두 효과와 최신 효과는 어떻게 다를까

찾아보니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최신 효과’라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여러 정보 중 가장 마지막에 접한 정보가 더 잘 기억되는 현상인데, 이건 아직 단기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초두 효과는 장기적으로 굳어지는 인상에 더 강하게 작용하고, 최신 효과는 당장 눈앞의 판단에 더 강하게 작용하는 셈입니다. 제 경우엔 첫날의 지각이 워낙 강렬한 첫 만남이었던 데다, 그 뒤로 별다른 극적인 사건 없이 평범하게 성실한 모습만 이어갔기 때문에, 초두 효과가 최신 효과를 압도하며 오래도록 지속됐던 것 같습니다.

곁에서 실천해본 것들

이 경험 이후로 저는 새로운 자리나 관계를 시작할 때 첫인상에 훨씬 신경을 쓰게 됐습니다. 중요한 미팅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는 예정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서 여유 있게 준비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누군가를 판단할 때도 첫인상 하나로 그 사람 전체를 단정 짓지 않으려 스스로 조심합니다. 새로 온 후배가 첫날 실수를 해도, “저 사람은 원래 저렇다”고 미리 단정 짓기보다 며칠은 더 지켜보고 판단하려 합니다.

얼마 전 새로 합류한 팀원이 첫 회의에서 긴장한 나머지 발표를 버벅거린 적이 있었습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그 모습만으로 “저 사람은 발표에 약하구나”라고 단정 지었을 텐데, 이번엔 의식적으로 판단을 미뤘습니다. 몇 주 지켜보니 그 팀원은 오히려 꼼꼼한 자료 준비와 논리적인 글쓰기에 강점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만약 첫인상만으로 판단했다면 놓쳤을 강점이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저 역시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첫인상으로만 평가받고 있을지 모른다는 걸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제가 직접 겪은 경험을 초두 효과라는 개념에 비춰 정리한 내용입니다. 처음 몇 분, 처음 하루가 생각보다 훨씬 오랫동안 우리를 따라다닐 수 있다는 걸 기억해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시에, 누군가의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한번 돌아봐 주시면 어떨까요. 요즘은 그 팀에서 저를 지각쟁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거의 없어졌지만, 저는 여전히 첫 만남만큼은 어느 자리든 여유 있게 준비하는 습관을 지키고 있습니다.

김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