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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을 기다렸으니 맛있어야 했습니다
주말에 아내와 밥을 먹으러 갔다가 한 시간을 기다린 적이 있습니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적고 근처를 두 바퀴 돌았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몇 번이나 그냥 갈까 했습니다. 근처에 다른 집도 있었고 배도 꽤 고팠습니다. 그런데 이미 사십 분을 기다린 상태에서 나가는 것도 아까웠습니다.
자리에 앉아 음식이 나왔을 때 저는 맛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맛있었느냐고 물으면,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시간을 기다릴 만했느냐고 물으면 그건 다른 질문입니다.
집에 오는 길에도 저는 그 집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반죽이 어떻고 재료가 어떻고 하는 근거를 몇 개 댔던 것 같습니다. 아내는 그냥 응 하고 들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상했습니다. 왜 이렇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지. 아내가 반박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인지부조화, 행동을 바꾸는 대신 생각을 바꿉니다
이 상황을 설명하는 개념이 인지부조화입니다. 내가 한 행동과 내 생각이 어긋날 때 불편함이 생기는데, 사람은 그 불편함을 줄이려 합니다.
문제는 줄이는 방향입니다. 이미 한 행동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한 시간은 이미 썼습니다. 그러면 남은 건 생각 쪽이고, 그래서 생각이 움직입니다.
1959년 페스팅거와 칼스미스의 실험이 이걸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참가자들에게 한 시간 동안 아주 지루한 작업을 시켰습니다. 실패를 감았다 풀었다 하고, 나무못을 돌리는 일이었습니다.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게 설계된 과제였습니다.
작업이 끝난 뒤 연구진은 참가자에게 부탁을 합니다. 다음 참가자에게 이 일이 재미있었다고 말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한쪽에는 그 대가로 1달러를 줬고, 다른 쪽에는 20달러를 줬습니다.
부탁을 들어준 참가자들은 대기실에 있던 사람에게 그 지루한 작업이 흥미로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자기가 겪은 것과 다른 말을 한 셈입니다.
나중에 참가자 본인에게 그 작업이 실제로 어땠는지 물었습니다. 재미없음에서 재미있음까지 점수를 매기게 했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통제 조건은 약간 마이너스였습니다. 20달러를 받은 쪽도 거의 같았습니다. 그런데 1달러를 받은 쪽만 뚜렷하게 플러스였습니다.
보상이 클수록 마음은 덜 바뀝니다
결과가 거꾸로처럼 보입니다. 돈을 많이 받은 쪽이 더 좋게 말할 것 같은데 아니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20달러를 받은 사람은 자기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 설명할 근거가 있습니다. 돈을 받았으니까요. 당시 20달러는 적은 돈이 아니었고, 그 정도면 한 번쯤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스스로 납득이 됩니다. 생각을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1달러를 받은 사람은 그 근거가 약합니다. 겨우 1달러 때문에 재미없는 일을 재미있다고 말한 사람이 되는데, 그 상태가 불편합니다. 그래서 다른 설명이 필요해집니다. 실은 그 일이 그렇게 지루하지 않았다는 쪽으로요.
행동은 이미 했으니 생각이 따라간 겁니다.
이 실험이 오래 인용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사람이 자기 태도에 맞춰 행동한다는 게 상식인데, 이 결과는 반대 방향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행동이 먼저 있으면 태도가 그쪽으로 옮겨 갑니다. 그것도 본인은 옮겨진 줄 모르는 채로요.
이미 쓴 것을 정당화하는 자리들
이 구조를 알고 나면 일상에서 자주 보입니다.
한 시간을 기다린 식당이 그렇습니다. 기다린 시간이 길수록 평가가 후해지는 쪽으로 갑니다. 기다림은 이미 썼고 돌려받을 수 없으니, 남은 방법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정리하는 것입니다. 제가 집에 오는 길에 근거를 대고 있었던 이유가 그것이었습니다.
이케아 효과를 쓰면서 직접 조립한 가구가 더 좋아 보이는 이야기를 다뤘는데, 뿌리가 여기 닿아 있습니다. 들인 것이 있으면 그 대상이 좋아 보이는 쪽으로 마음이 기웁니다.
줄을 서서 산 물건, 어렵게 들어간 모임, 힘들게 딴 자격증도 비슷합니다. 들어가기 어려웠던 것일수록 안에 들어간 뒤의 평가가 후해집니다. 문턱이 평가를 올려놓는 셈입니다.
매몰비용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매몰비용은 이미 쓴 것 때문에 계속 밀고 가는 판단의 문제이고, 인지부조화는 이미 한 일에 맞춰 마음이 바뀌는 감정의 문제입니다. 앞의 것은 다음 선택을 망치고, 뒤의 것은 지난 선택에 대한 평가를 바꿉니다.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이 장치가 늘 해로운 것은 아닙니다.
되돌릴 수 없는 일에 대해 계속 후회만 하는 것도 사람이 오래 버틸 수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이미 지나간 선택을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정리하는 힘이 없으면 하루하루가 무겁습니다. 살면서 내린 선택 중 상당수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고요.
다만 구분할 자리는 있습니다. 이미 끝난 일이면 그렇게 정리해도 손해가 없습니다. 앞으로 반복할 일이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 식당이 좋았다고 정리해두면 다음 주말에 또 한 시간을 기다리게 됩니다.
값이 더 커지는 자리도 있습니다. 오래 들인 일일수록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정리가 강해지는데, 그 정리가 그만두는 판단을 막습니다. 몇 년을 넣은 일이 아니라고 말하려면 그 몇 년까지 함께 부정해야 하니까요.
왜 이렇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지
그날 이후로 저는 그 질문을 표시로 씁니다.
무언가를 유난히 열심히 설명하고 있으면 대개 무언가를 이미 썼다는 뜻입니다. 시간이든 돈이든 체면이든요. 설명이 길어질수록 들인 것이 컸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정말 좋았던 것에 대해서는 설명이 짧습니다. 좋았다고 하면 끝이니까요. 근거를 늘어놓게 되는 쪽은 대개 제 안에서 아직 정리가 안 된 것들입니다.
그럴 때 좋은지 나쁜지를 다시 따져보지는 않으려 합니다. 어차피 답이 안 나옵니다. 이미 마음이 한쪽으로 정리를 마친 뒤라 무엇을 따져도 그 결론이 나옵니다.
대신 이걸 또 할 것인지만 따로 물어봅니다. 그 질문에는 지난 한 시간이 안 들어가니까요. 다음 주말에 같은 줄을 설 것인가로 물으면 답이 훨씬 빨리 나옵니다.
저는 심리상담사도 임상심리사도 아닙니다. 이 글은 심리학 개념을 참고해 제 경험을 정리한 기록이며, 진단이나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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