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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한 지 일주일도 안 됐을 때, 팀장님이 저에게 신규 서비스 기획이라는 꽤 규모 있는 프로젝트를 맡기셨습니다. 아직 회사 시스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 솔직히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팀장님이 프로젝트를 넘기며 이런 말을 덧붙이셨습니다. “이력서 보니까 비슷한 프로젝트 경험이 있으시더라고요. 당신이라면 이거 잘 해낼 것 같아서 맡기는 거예요.” 그 순간엔 그냥 인사치레인 줄로만 알았는데, 며칠이 지나도 그 말이 계속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 저는 신기하게도 이전 회사에서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야근을 마다하지 않았고, 회의에서도 먼저 의견을 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프로젝트는 결국 좋은 성과로 마무리됐고, 저는 입사 첫 분기 만에 팀 내에서 신뢰받는 사람이 됐습니다. 나중에 돌아보니, 그 프로젝트가 유독 잘 풀렸던 데는 제 실력만큼이나 그 한마디가 크게 작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알게 된 개념이 ‘로젠탈 효과’였습니다.
로젠탈 효과는 왜 기대 한마디로 사람을 바꿔놓을까
로젠탈 효과란 누군가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실제로 그 사람의 성과를 끌어올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개념을 처음 증명한 연구에서는, 교사에게 몇몇 학생을 “성장 가능성이 큰 아이들”이라고 소개했더니 실제로 그 학생들의 학업 성취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건 그 학생들이 원래 다른 아이들보다 특별히 뛰어난 게 아니라 그냥 무작위로 뽑힌 아이들이었다는 점입니다. 교사의 기대가 바뀌었을 뿐인데, 실제 결과가 달라진 것입니다.
이 효과가 작동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구체적이라고 합니다. 기대를 품은 사람은 상대에게 은연중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실수했을 때도 더 너그럽게 기다려주며, 표정이나 말투에서도 더 따뜻한 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저도 돌이켜보면, 팀장님이 회의 중에 제 의견이 다소 엉성해도 끝까지 들어주시고, “그 부분은 다시 정리해볼까요”라며 부드럽게 피드백을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미묘한 태도의 차이가 쌓이면서, 저는 점점 더 자신감 있게 의견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순환은 심리학에서 자기충족적 예언이라는 더 큰 개념의 일부라고 합니다. 누군가에 대한 믿음이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고, 그 달라진 태도가 상대의 행동을 실제로 변화시키고, 그 변화된 행동이 다시 처음의 믿음을 확인시켜주는 순환 구조라는 것입니다. 저와 팀장님 사이에서도 정확히 이 순환이 일어났던 셈입니다. 팀장님의 기대가 제 태도를 바꿨고, 달라진 제 성과가 다시 팀장님의 신뢰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번 좋은 방향으로 돌기 시작한 순환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력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기대를 받는 쪽에서도 달라지는 게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달라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 사람이 나를 믿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실수하면 그 믿음을 저버리는 것 같아 더 신중해졌고, 동시에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용기가 생겼습니다. 기대라는 게 단순히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의 기준점을 바꿔놓는다는 걸 그때 체감했습니다. 예전 회사에서는 “이 정도만 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일했다면, 이번엔 “이 정도는 해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곁에서 실천해보고 있는 것들
이 경험 이후로 저도 후배들을 대할 때 의식적으로 기대를 표현하려 합니다. 막연히 “잘해보라”는 말보다, “이 부분에서 당신의 강점이 특히 도움이 될 것 같다”처럼 구체적인 이유를 담아 기대를 전합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말해준 후배들이 실제로 그 부분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여러 번 봤습니다.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닌데, 그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태도를 이렇게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게 매번 놀랍습니다.
한 번은 신입 후배가 발표를 유독 어려워해서 늘 자료 준비만 맡고 있었는데, 제가 “당신 자료 정리하는 감각이 좋으니까, 이번엔 그 부분을 직접 설명해보면 어떨까요”라고 권해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극구 사양하던 후배가 결국 발표를 맡았는데, 예상보다 훨씬 매끄럽게 해냈습니다. 발표가 끝난 뒤 후배는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한번 해볼 용기가 났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으며, 팀장님이 저에게 해주셨던 그 한마디가 이렇게 다른 사람을 거쳐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은 제가 직접 겪은 경험을 로젠탈 효과라는 개념에 비춰 정리한 내용입니다.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기대를 표현하는 일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그 사람의 어떤 점을 믿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한번 말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하루 나아가 앞으로의 태도까지 바꿔놓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요즘도 힘든 프로젝트를 맡을 때마다, 그때 팀장님이 해주셨던 그 말을 조용히 되새기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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