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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잘못되면 한동안 못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작년에 맡은 일 하나가 뜻대로 안 풀린 적이 있습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 며칠 동안 저는 그게 어그러졌을 때를 여러 번 그려봤습니다.
그림은 꽤 구체적이었습니다. 한동안 회사에서 얼굴을 들기 어려울 것이고, 밤에 잠이 잘 안 올 것이고, 몇 달은 그 생각이 따라다닐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어그러졌습니다. 통보를 받은 날 아침에 저는 그 며칠치 그림이 이제 현실이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저는 밥을 먹었습니다. 다음 날 출근해서 다른 일을 했고, 일주일쯤 지나자 그 일은 여러 일 중 하나가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좋았던 건 아닙니다. 다만 제가 며칠 동안 그려둔 그림과는 달랐습니다.
그때 든 생각은 안도가 아니라 의아함에 가까웠습니다. 그 며칠 동안 제가 쓴 걱정은 어디로 간 걸까요. 쓸데없었다고 하기에는 꽤 진지하게 한 걱정이었습니다.
정서 예측 오류, 감정의 길이를 길게 잡습니다
이런 어긋남에 이름이 있습니다. 앞으로 느낄 감정을 예측하는 일을 정서 예측이라고 하는데, 사람은 특히 그 감정이 얼마나 오래갈지를 실제보다 길게 잡습니다. 이걸 내구성 편향이라고 부릅니다.
1998년 길버트 연구진이 여러 상황에서 이걸 확인했습니다.
연구진이 쓴 방법이 단순하면서 좋습니다. 아직 겪지 않은 사람에게는 예측을 물어보고, 이미 겪은 사람에게는 지금 상태를 물어봅니다. 그리고 두 숫자를 나란히 놓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연애가 끝나는 상황을 다뤘습니다. 이별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헤어지고 두 달이 지난 시점에 얼마나 행복할 것 같으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두 달 전에 헤어진 사람들에게 지금 얼마나 행복하냐고 물었습니다. 예측한 쪽의 답이 훨씬 낮았습니다. 실제로 겪은 사람들은 한 번도 헤어진 적 없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대학의 조교수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종신 재직 심사에서 떨어지면 이후 몇 년 동안 얼마나 불행할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상당히 낮은 숫자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떨어진 교수들에게 물어보니 그보다 뚜렷하게 높았습니다.
두 경우 모두 방향이 같습니다. 겪기 전에는 오래 힘들 거라고 보고, 겪고 나면 생각보다 빨리 돌아옵니다.
눈여겨볼 것은 이 어긋남이 사건의 크기와 상관없이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종신 재직 심사는 직업 인생이 걸린 일입니다. 그런 일에서도 예측과 실제가 벌어졌다면, 제가 겪은 일 정도에서 벌어진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자기 회복력을 계산에 넣지 않습니다
연구진이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면역 무시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사람에게는 나쁜 일이 생겼을 때 그 충격을 줄이는 심리적 장치가 있습니다. 상황을 다시 해석하고, 의미를 찾고, 그럴 만했다고 정리하는 과정들이요. 이게 몸의 면역계처럼 자동으로 돌아갑니다.
문제는 이 장치가 돌아가는 걸 본인이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앞일을 그릴 때 계산에 안 넣습니다. 지금의 나로 그 상황에 놓인 장면만 그리니, 회복 과정이 빠진 그림이 나옵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감기에 걸리면 며칠 앓다 낫는다는 걸 우리는 압니다. 몸의 면역이 일한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마음 쪽에서는 그런 회복 과정을 잘 안 떠올립니다. 지금 이 상태가 그대로 계속되는 장면을 그립니다.
회복 탄력성을 쓰면서 다시 일어서는 힘을 다뤘는데, 이 연구가 덧붙이는 건 그 힘이 이미 작동하고 있다는 쪽입니다. 기르는 문제이기 전에 이미 갖고 있는데 못 보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걱정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 가지는 짚어둬야겠습니다. 이 연구가 걱정하지 말라는 조언은 아닙니다.
앞일을 그려보는 것에는 쓸모가 있습니다. 최악을 상상해봐야 대비를 하고, 대비를 해야 실제로 덜 나빠집니다. 문제가 되는 건 그 그림 안에서 감정의 길이를 재는 대목입니다.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는 비교적 정확하게 그릴 수 있습니다. 그 일이 나를 얼마나 오래 붙들지는 잘 못 그립니다. 앞의 것은 바깥일이고 뒤의 것은 안쪽 일인데, 안쪽에서 돌아가는 장치가 안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걱정을 줄이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걱정의 두 부분을 나누는 쪽에 가깝습니다. 대비에 쓰이는 부분은 그대로 두고, 감정의 길이를 재는 부분만 덜 믿는 겁니다.
방어기제를 쓰면서 다룬 것들도 결국 그 장치의 이름들이었습니다.
예측이 틀린다고 걱정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앞으로 걱정을 안 하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 연구를 읽었다고 해서 다음번에 결과를 기다릴 때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면역 무시가 흥미로운 건 그래서입니다. 알고 나서도 잘 안 고쳐집니다. 내 안에서 무엇이 돌아가는지는 여전히 안 보이니까요.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이 따로 갑니다.
그래도 하나는 달라집니다. 걱정의 크기를 근거로 앞일을 판단하지 않게 되는 것이요. 많이 걱정된다는 게 그 일이 실제로 오래갈 거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 둘이 붙어 있는 줄 알았는데 연구를 보니 떨어져 있었습니다.
며칠치 감정을 몇 달치로 잡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그 며칠 동안 한 일은 대비가 아니었습니다. 대비는 첫날 이미 끝나 있었고, 그 뒤로는 감정의 길이를 계속 늘려 잡는 일만 했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자리에 서면 두 가지를 나눠보려 합니다. 대비와 예측은 붙어 있는 것 같지만 다른 일이었습니다.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는 계속 그려봅니다. 다만 그 일이 나를 얼마나 오래 붙들지에 대해서는 제 예측을 덜 믿으려 합니다.
지난번에도 일주일이었으니 다음번에도 대략 그 정도일 겁니다. 그 숫자가 제 상상보다 정확합니다.
몇 달을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작 전부터 지칩니다. 일주일이면 버틸 만합니다. 같은 일인데 예상 기간에 따라 감당해야 할 무게가 달라집니다.
저는 심리상담사도 임상심리사도 아닙니다. 이 글은 심리학 개념을 참고해 제 경험을 정리한 기록이며, 진단이나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오래 가라앉아 일상이 어렵다면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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