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도 착각, 그 차를 알아보기 시작하자 길에 온통 그 차뿐이었습니다

빈도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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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 차 왜 이렇게 많아?

차를 바꿀 때가 돼서 몇 가지 모델을 알아보던 때였습니다. 그중 하나가 마음에 들어서 주말에 시승 예약까지 잡았습니다.

그 주에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길에서 그 차가 계속 보였습니다.

아침에 아이들 학교 데려다줄 때 앞 차가 그 모델이었습니다. 마트 주차장에 세 대가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신호 대기 중에 옆 차선에도 한 대 있었고요.

“요즘 저 차 왜 이렇게 많아?”

아내한테 그렇게 말했더니 아내가 웃었습니다. 원래 많았는데 당신이 이제 보는 거라고요.

그 말이 맞았을 겁니다. 그 차가 그 주에 갑자기 동네에 몰려들었을 리는 없습니다. 판매량이 그 일주일 사이에 늘어난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제 느낌으로는 분명히 많아졌습니다. 전에는 한 번도 눈에 안 띄던 차가요.

바더마인호프라는 이상한 이름

이 현상에는 좀 이상한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바더마인호프 현상입니다.

이 이름은 1994년에 미국 미네소타의 한 지역 신문 독자 게시판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 독자가 1970년대 독일의 한 과격 단체 이름을 처음 들었는데, 그 뒤 하루 만에 또 그 이름을 마주쳤다는 사연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비슷한 경험을 한 독자들의 편지가 이어졌고, 그 단체 이름이 이 현상의 별명처럼 굳어졌다고 합니다.

심리 현상의 이름치고는 뜬금없습니다. 그래서 언어학자 아널드 츠비키가 2005년에 좀 더 설명적인 이름을 붙였습니다. 빈도 착각입니다.

츠비키는 비슷한 착각을 하나 더 짝지어 이름 붙였습니다. 최신 착각입니다. 내가 최근에 알아차린 표현이나 말버릇을 최근에 생긴 것이라고 믿는 경향입니다. 실제로는 수십 년 전부터 쓰이던 표현인데도요. 언어학자가 이런 이름을 붙인 게 그래서였을 겁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상한 말을 쓴다는 불평 중에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그는 빈도 착각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어떤 것을 한번 알아차리고 나면, 그게 갑자기 아주 자주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 실제 빈도는 그대로인데 말이죠.

두 가지가 겹쳐서 생깁니다

츠비키는 이 착각이 두 가지 과정이 겹쳐서 생긴다고 봤습니다.

첫 번째는 선택적 주의입니다. 세상에는 볼 게 너무 많아서 우리는 대부분을 흘려보냅니다. 그런데 뭔가가 나에게 중요해지면 주의가 그쪽으로 맞춰집니다. 전에는 흘려보내던 걸 이제는 잡아냅니다.

제가 그 차를 알아보기 시작하자 제 눈이 그 차를 걸러내기 시작한 겁니다. 매일 지나다니던 길에 그 차는 원래 있었는데, 전에는 그냥 여러 차 중 하나였습니다.

두 번째는 확증 편향입니다. 한번 요즘 저 차 많다는 생각이 들면, 그 차를 볼 때마다 역시 많네 하고 기억에 적립합니다. 그 차가 안 보이는 날은 기억에 남지 않고요. 그러니 머릿속 기록은 점점 많다는 쪽으로 쌓입니다.

점화효과를 쓰면서 먼저 떠올린 개념이 다음 판단에 스며든다는 이야기를 다뤘는데, 빈도 착각은 그게 판단이 아니라 눈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바꾸는 경우입니다.

새 단어가 갑자기 여기저기서 들릴 때

생각해보니 이런 경험은 차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낯선 단어를 처음 배우면 며칠 안에 그 단어가 신문에도 나오고 대화에도 나오는 것 같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 단어가 갑자기 유행한 게 아니라, 이제 제가 그 단어를 알아듣게 된 거죠.

아내가 첫째를 가졌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길에 임신한 사람이 갑자기 많아 보였습니다. 유모차도 많아 보였고요. 제 삶에 그게 중요해지니까 눈에 들어온 겁니다.

심리 칼럼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도 그랬습니다. 새 개념을 공부하면 주변의 대화나 뉴스에서 그 개념에 딱 맞는 장면이 자꾸 보입니다. 그게 좀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제가 찾고 있어서 보이는 걸, 세상이 그렇다고 착각할 수 있으니까요.

이 착각이 문제가 되는 자리

짚어둘 게 있습니다.

빈도 착각은 대부분 무해합니다. 차가 많아 보인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판단이 걸린 자리에서는 조심해야 합니다. 어떤 병을 알게 된 뒤 주변에 그 증상이 있는 사람이 많아 보인다거나, 어떤 사건을 접한 뒤 그런 일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고 느끼는 경우요. 그 느낌만으로 실제로 늘었다고 결론 내리면 틀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현상은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에 비해 이 이름으로 직접 실험한 연구는 많지 않습니다. 선택적 주의와 확증 편향 각각은 연구가 많지만, 빈도 착각이라는 묶음으로 효과의 크기를 잰 연구는 제가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걸 확립된 효과라기보다 잘 알려진 두 과정이 합쳐져 일상에서 나타나는 모습 정도로 받아들입니다.

많아 보일 때 세어보기로 했습니다

이걸 알고 나서 제가 하는 건 단순합니다. 뭔가가 요즘 많아 보이면 한 번 세어봅니다.

그 차의 경우에는 출퇴근길에 일주일 동안 세어봤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하루에 서너 대 정도였고, 다른 흔한 모델보다는 오히려 적었습니다.

세어보니까 느낌과 숫자가 따로 놀았다는 게 보였습니다. 많다는 느낌은 제가 그 차를 볼 때마다 강하게 반응했기 때문이었고요.

그리고 글을 쓸 때 조심하는 게 생겼습니다. 요즘 이런 사람이 많다거나, 이런 일이 늘었다는 문장을 쓰려고 하면 멈춥니다. 제 눈에 많이 보이는 건지, 실제로 많은 건지 확인할 수 없으면 그 문장은 안 씁니다.

바넘 효과를 쓰면서 막연한 설명이 나한테 딱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다뤘는데, 빈도 착각도 비슷하게 내 쪽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둘 다 세상보다 내 쪽을 먼저 보라는 신호 같습니다.

결국 다른 차를 샀습니다

그 차는 시승하고 나서 결국 안 샀습니다. 뒷좌석이 생각보다 좁았습니다. 아이들이 크면 불편할 것 같았고요.

다른 모델을 샀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길에 그 차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 모델은 거짓말처럼 사라졌고요.

아들이 뒷자리에서 말했습니다. 아빠, 우리 차랑 똑같은 차 또 있어.

그 말을 들으면서 좀 웃었습니다. 이제 우리 가족 전체가 같은 착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이 글은 인지 편향에 관한 개념을 일상 경험에 비춰본 것이며, 특정 현상이나 증상이 늘었다고 느껴진다면 느낌보다 공식적인 통계나 전문가의 판단을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