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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한참 읽었는데 결론은 처음과 같았습니다
물건 하나를 고르느라 며칠을 썼습니다. 후기를 읽고, 비교 글을 보고, 영상도 몇 개 봤습니다. 스스로 꼼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검색 기록을 보고 알아차렸습니다. 제가 검색창에 넣은 말이 계속 비슷했다는 것을요. 그 제품 이름 뒤에 “장점”이나 “추천”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단점”을 넣어본 건 마지막쯤이었고, 그때는 이미 마음이 기울어 있었습니다.
며칠을 알아봤으니 신중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처음 마음에 든 것에 근거를 모으는 며칠이었습니다.
더 이상한 건 그 며칠 동안 제 확신이 계속 커졌다는 점입니다. 자료를 볼수록 확실해졌는데, 그 자료들이 전부 한쪽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확증 편향, 반증 대신 확인만 하는 습관
이 습관을 보여준 실험이 1960년에 나왔습니다. 피터 웨이슨이 만든 과제인데 구조가 아주 단순합니다.
참가자에게 숫자 세 개를 보여줍니다. 2, 4, 6입니다. 이 셋이 전부이고 다른 힌트는 없습니다. 이 세 숫자가 어떤 규칙을 따르고 있으니 그 규칙을 알아내라고 합니다. 참가자는 자기가 만든 숫자 세 개를 제시할 수 있고, 실험자는 그것이 규칙에 맞는지 아닌지만 알려줍니다. 몇 번이든 물어볼 수 있습니다.
2, 4, 6을 보면 규칙이 하나 떠오릅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는 곧바로 가설을 세웁니다. 2씩 커지는 짝수라고요. 그리고 확인에 들어갑니다. 4, 8, 10을 물어보고 맞다는 답을 듣습니다. 6, 8, 12도 맞습니다. 20, 22, 24도 맞습니다.
맞다는 답이 쌓이니 확신이 커집니다. 그래서 규칙을 발표합니다. 그런데 틀립니다.
여기서 참가자들이 게으르게 굴었던 게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질문을 많이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만 질문의 방향이 한쪽이었을 뿐입니다.
실제 규칙은 그냥 커지는 수였습니다. 1, 2, 3도 맞고 5, 100, 3000도 맞습니다. 참가자들이 물어본 것들은 모두 이 규칙에 들어맞았지만, 그중 어떤 것도 자기 가설을 무너뜨릴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확인과 반증은 다른 일입니다
이 과제의 핵심은 무엇을 물어봤느냐입니다.
짝수 가설이 틀렸다는 걸 알아내려면 홀수가 섞인 조합을 물어봐야 합니다. 1, 2, 3 같은 것을요. 그런데 그 질문은 자기 가설이 틀렸을 가능성을 열어두는 질문이라 잘 안 나옵니다.
맞다는 답을 듣는 건 기분이 좋습니다. 아니라는 답을 듣는 건 그렇지 않고요. 정보로 따지면 아니라는 답이 훨씬 값진데도, 손이 가는 쪽은 반대입니다.
사람은 가설을 세우면 그것에 맞는 사례를 찾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맞는 사례가 나올 때마다 확신이 늘고, 확신이 늘수록 반대쪽을 안 봅니다. 며칠을 알아봐도 처음 생각이 그대로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시간을 쓴 것과 검증한 것은 다른 일입니다.
짚어둘 것은 참가자들이 받은 답이 전부 사실이었다는 점입니다. 거짓 정보를 받은 게 아닙니다. 사실만 스무 개를 모았는데 결론이 틀렸습니다. 정보의 진위와 정보를 고른 방식은 다른 문제입니다.
바넘 효과를 쓰면서 누구에게나 맞는 설명을 자기 이야기로 읽는 현상을 다뤘는데, 그것도 결이 비슷합니다. 맞는 대목만 눈에 들어오고 안 맞는 대목은 그냥 지나갑니다.
자료가 많을수록 확인은 쉬워집니다
이 편향이 옛날 이야기 같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은 어떤 주장을 하든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검색어를 조금만 다듬으면 원하는 답이 나옵니다. 자료가 많아질수록 확인은 쉬워지는데 반증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반증하려면 애초에 내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하니까요.
웨이슨의 참가자들은 실험자에게 물어봐야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실험자가 늘 옆에 있고, 무엇을 물어도 맞다고 답해줄 자료가 어딘가에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판단에서는 더합니다. 저 사람이 무성의하다고 한번 생각하면 그 뒤로는 무성의해 보이는 행동만 눈에 들어옵니다. 성실했던 날들은 예외로 처리되고요. 물건이야 잘못 사면 그만인데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라쇼몽 현상에서 같은 일을 두고 기억이 갈리는 이야기를 다뤘는데, 확증 편향은 그보다 앞 단계에서 작동합니다. 기억이 갈리기 전에 무엇을 볼지가 이미 갈려 있습니다.
반대쪽 검색어를 먼저 넣어보려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순서를 바꿔봅니다.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았을 때 그 이름 뒤에 “단점”이나 “후회”를 먼저 넣습니다.
효과는 생각보다 큽니다. 나중에 넣으면 이미 기운 마음이 그 글들을 걸러내는데, 먼저 넣으면 걸러낼 마음이 아직 없습니다. 같은 글을 읽어도 순서에 따라 다르게 읽힙니다.
단점을 먼저 읽고도 여전히 마음에 들면 그건 꽤 믿을 만한 신호입니다. 반대로 단점을 읽고 마음이 식으면 그것대로 아낀 셈이고요.
다만 이걸 모든 결정에 적용하면 아무것도 못 고릅니다. 단점 없는 물건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되돌리기 어려운 선택에만 씁니다. 금액이 크거나, 오래 쓸 것이거나, 한 번 정하면 바꾸기 번거로운 것들에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검색어를 바꾸는 것보다 나은 방법이요.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요. 그 사람은 제가 무엇을 안 물어봤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제 눈에 안 들어온 것이 그 사람 눈에는 먼저 보이니까요.
며칠을 썼다는 것이 신중했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그 물건은 결국 처음 마음에 든 걸로 샀습니다. 나쁘지 않게 쓰고 있습니다. 그러니 결과만 보면 그 며칠이 손해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며칠이 무엇이었는지는 다르게 봅니다. 저는 고르고 있었던 게 아니라 이미 고른 것에 승인을 받고 있었습니다. 웨이슨의 참가자들이 맞다는 답을 스무 번 들으며 확신을 키운 것과 같은 자리였습니다.
들인 시간이 많다고 검증이 된 건 아닙니다. 무엇을 물어봤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스무 번을 물어도 같은 방향이면 한 번 물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심리상담사도 임상심리사도 아닙니다. 이 글은 심리학 개념을 참고해 제 경험을 정리한 기록이며, 진단이나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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