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형성, 예외를 한 번도 안 만드는 쪽이 빠릅니다

제임스 심리학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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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 실패하고 일곱 번째에 붙었습니다

아침에 운동을 하기로 한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여섯 번쯤은 실패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패턴이 매번 같았습니다. 사흘은 잘 됩니다. 나흘째에 늦게 일어나거나 일이 생깁니다. 그날 하루를 건너뜁니다. 여기까지는 별일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하루를 건너뛰고 나면 다음 날 아침에 결심을 다시 해야 합니다. 사흘 동안은 안 하던 일이었습니다. 그냥 일어나서 했지 할지 말지를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번 건너뛴 뒤로는 매일 아침이 판단의 자리가 됩니다.

판단을 하면 대개 집니다. 몸이 무거운 날에는 안 하는 쪽이 이기고, 그러면 또 결심이 필요해집니다. 그렇게 며칠 더 가다가 끝났습니다.

일곱 번째에 붙은 것은 제가 더 독해져서가 아니었습니다. 규칙을 하나 바꿨을 뿐입니다.

습관 형성, 윌리엄 제임스가 백 년 전에 적은 것

이 문제를 아주 이른 시기에 정면으로 다룬 사람이 윌리엄 제임스입니다. 1890년에 나온 「심리학의 원리」에 습관을 다룬 장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아카넷에서 대우고전총서로 나와 있습니다.

제임스가 습관에 대해 말한 것 중 지금도 자주 인용되는 대목이 예외에 관한 것입니다. 새로운 습관을 들일 때 예외를 허용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유를 그는 실을 감는 일에 비유했습니다. 실타래를 감다가 한 번 놓치면 지금까지 감은 것이 한꺼번에 풀린다는 것입니다. 한 번의 예외가 한 번치의 손해가 아니라 그보다 큰 손해라는 뜻입니다.

당시에는 신경계에 길이 난다는 식의 설명을 붙였습니다. 지금의 신경과학 용어와 그대로 맞지는 않습니다. 다만 관찰 자체는 남았습니다. 습관이 만들어지는 동안에는 연속성이 개별 실행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요.

제임스가 또 하나 강조한 것은 시작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가능한 한 강하게, 그리고 결심을 남에게 알리는 식으로 되돌아갈 길을 좁히라고 했습니다. 의지를 매일 새로 짜내는 대신, 처음에 한 번 크게 써서 이후에 덜 쓰게 만드는 쪽입니다.

그리고 기회가 오면 곧바로 해보라고 덧붙였습니다. 결심만 하고 실행이 붙지 않으면 그 결심은 다음 결심을 더 가볍게 만든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마음먹는 일에 익숙해지면 마음먹는 것으로 끝나는 일에도 익숙해집니다. 저는 여섯 번의 실패 동안 결심에는 꽤 능숙해졌습니다.

습관이 하는 일은 판단을 없애는 것입니다

제임스가 습관을 중요하게 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습관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옷 입는 순서나 출근길 같은 것을 매번 새로 정한다면 하루가 그것만으로 다 찹니다. 습관은 그런 일들을 판단 밖으로 빼줍니다. 그래서 정말 생각해야 할 일에 쓸 자리가 남습니다.

이걸 뒤집으면 왜 예외가 비싼지가 보입니다. 예외는 그 일을 다시 판단의 자리로 끌어옵니다. 사흘 동안 판단 밖에 있던 운동이 나흘째에 판단 대상이 됩니다. 한 번 판단 대상이 되면 매일 이겨야 하는 싸움이 됩니다.

지연행동을 쓰면서 미루는 마음을 다뤘는데, 이쪽에서 보면 미루기는 판단이 열려 있을 때 생기는 일입니다. 닫혀 있으면 미룰 자리가 없습니다.

해보니 이 순서가 제일 잘 됐습니다

일곱 번째에 제가 바꾼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문턱을 아주 낮췄습니다. 삼십 분이 아니라 오 분으로 잡았습니다. 오 분은 몸이 무거운 날에도 거절할 명분이 약합니다. 실제로는 대개 오 분보다 오래 하는데, 그건 시작한 다음의 일이라 결심과 상관이 없습니다.

둘째, 시각 대신 순서로 정했습니다. 일곱 시에 한다고 하면 일곱 시가 지나간 날은 그날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세수한 다음에 한다로 바꿨습니다. 세수는 언제든 하니까 그 뒤가 항상 옵니다.

셋째, 못 한 날의 규칙을 미리 정해뒀습니다. 이게 제일 컸습니다. 못 한 날에는 그날 안에 오 분을 어떻게든 채웁니다. 자기 전에 해도 됩니다. 형식이 어떻든 그날 줄이 안 끊기게만 합니다.

이 세 번째 규칙이 중요한 이유는 실패한 날을 미리 계획에 넣어두기 때문입니다. 앞의 여섯 번에는 실패한 날에 대한 계획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실패가 오는 순간 계획 전체가 무효가 됐습니다. 계획에 못 하는 날이 들어 있으면 그날은 실패가 아니라 예정된 경우가 됩니다.

디폴트 효과를 쓰면서 기본값이 의지보다 강하다는 이야기를 다뤘는데, 여기서 한 일이 그것입니다. 하는 쪽을 기본값에 두고, 안 하려면 뭔가를 해야 하게 만든 겁니다.

예외를 안 만든다는 말의 실제 뜻

다만 예외를 허용하지 말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쓰면 오래 못 갑니다.

아플 때도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 해보다가 더 크게 무너진 적이 있습니다. 몸이 안 되는 날에 밀어붙이면 그 일 자체가 싫어집니다.

그래서 제가 이해한 방식은 이렇습니다. 안 하는 날을 만들지 말라는 게 아니라, 안 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을 만들지 말라는 쪽입니다. 못 하는 날은 옵니다. 그날 하루를 통째로 비우는 대신 아주 작게라도 남겨두면 줄이 안 끊깁니다.

한 줄만 쓰는 날, 한 쪽만 읽는 날, 오 분만 걷는 날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그날의 성과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다음 날 아침이 판단의 자리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여섯 번 실패한 이유가 그 자리에 매번 서게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판단을 안 하고 있습니다

지금 몇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은 딱히 없습니다.

오히려 아무 느낌이 없는 것이 달라진 점입니다. 예전에는 하고 나면 뿌듯했는데, 그 뿌듯함은 그게 아직 특별한 일이라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세수하고 나면 그냥 합니다.

제임스가 습관을 자유라고 부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이 일을 할지 말지에 쓰던 자리가 비었습니다. 그 자리가 대단한 일로 채워진 건 아니지만, 매일 아침 한 판씩 지던 싸움이 없어진 것만으로 괜찮습니다.

여덟 번째가 필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또 규칙을 고치면 될 것 같습니다. 고쳐야 할 것은 의지가 아니라 규칙이었다는 게 여섯 번 실패하고 배운 것입니다.

이 글은 자격을 갖춘 전문가의 조언이 아니라, 책을 읽고 제 생활에 대본 기록입니다. 여기 적은 방법은 제게 맞았던 것이고 누구에게나 맞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김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