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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하루면 될 줄 알았습니다
베란다를 정리하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몇 년치 짐이 쌓여 있었고, 아내와 저는 토요일 하루면 끝날 거라고 봤습니다.
계산은 이랬습니다. 오전에 다 꺼내고, 점심 먹고, 오후에 버릴 것과 남길 것을 나누고, 저녁 전에 다시 넣는다. 네 단계니까 하루면 충분해 보였습니다.
토요일 저녁에 베란다는 오전보다 더 어질러져 있었습니다. 일요일까지 갔고, 그다음 주말에 한 번 더 손을 봤습니다.
이상한 건 제가 이걸 처음 겪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사할 때도, 서랍을 정리할 때도 늘 이랬습니다. 끝나고 나면 다음엔 넉넉히 잡아야겠다고 생각도 합니다.
그런데도 토요일 아침이 되면 매번 하루면 된다고 봅니다. 지난번 기억이 사라진 것도 아닌데, 계획을 세우는 순간에는 그 기억이 계산에 안 들어옵니다.
계획 오류, 최악을 물어봐도 소용없었습니다
이 현상에 붙은 이름이 계획 오류입니다. 자기가 할 일이 얼마나 걸릴지를 실제보다 짧게 잡는 경향을 말합니다.
1994년 뷸러 연구진의 실험이 이걸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졸업논문을 쓰는 심리학과 학생 37명에게 언제쯤 끝낼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평균 34일이 나왔습니다.
연구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두 가지를 더 물었습니다. 모든 것이 가능한 한 잘 풀린다면 며칠이겠느냐, 그리고 모든 것이 가능한 한 나쁘게 흘러간다면 며칠이겠느냐. 앞의 답은 27일이었고 뒤의 답은 49일이었습니다.
실제로는 56일이 걸렸습니다.
여기가 이 연구의 핵심입니다. 학생들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가 49일이었는데, 현실은 그보다 일주일 더 늦었습니다. 넉넉히 잡으라고 시켰는데도 넉넉하지 않았던 겁니다. 자기가 말한 기한 안에 끝낸 사람은 열에 셋 정도였습니다.
이 결과가 알려주는 건 우리가 낙관적이라는 뻔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낙관을 걷어내라고 지시받은 상태에서도 여전히 짧게 잡았다는 쪽입니다.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으로는 잘 안 고쳐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낙관해서가 아니라 예상하는 방식 때문입니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계획을 세우는 방식입니다.
일을 앞두고 우리는 대개 그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머릿속으로 그려봅니다. 베란다를 정리한다면 상자를 꺼내고, 분류하고, 버리고, 넣는 그림이요. 이 그림은 대체로 매끄럽게 굴러갑니다. 아이가 중간에 부르는 장면이나, 버리려던 상자에서 오래된 사진첩이 나와 삼십 분을 앉아 있게 되는 장면은 그림에 안 들어갑니다.
그런 방해는 반드시 생기는데 종류를 미리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계획에는 자리를 못 잡습니다. 결국 방해가 하나도 없는 경우를 상상해놓고 그걸 예상 기한이라고 부르는 셈입니다.
지연행동을 쓰면서 미루는 마음을 다뤘는데, 계획 오류는 그것과 다릅니다. 미루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의욕이 있는 상태에서 생깁니다. 시작은 제때 했는데 끝이 안 나는 쪽이요.
남의 일은 오히려 늦게 잡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편향이 자기 일에서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같은 일을 옆에서 보는 사람에게 예상 기한을 물으면 오히려 실제보다 길게 잡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할 때는 하루라고 하고, 남이 하는 걸 볼 때는 이틀은 걸리겠다고 하는 겁니다.
이유는 알 만합니다. 남의 일을 볼 때는 그 사람 머릿속 그림이 안 보입니다. 대신 비슷한 일이 예전에 얼마나 걸렸는지가 보입니다. 저 집도 베란다 정리한다더니 한참 걸렸지, 하는 식으로요.
같은 사람이 같은 뇌로 판단하는데, 자기 일인지 남의 일인지에 따라 쓰는 재료가 달라집니다. 자기 일에는 앞으로 벌어질 그림을 쓰고, 남의 일에는 지난번에 어땠는지를 씁니다.
그래서 남의 예상이 더 정확할 때가 있습니다. 저희 집 베란다를 두고 아내가 “이거 하루로 안 될걸”이라고 했다면 그 말이 맞았을 겁니다. 다만 그날은 둘 다 자기 일을 보고 있었습니다.
넉넉히 잡았다는 말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일정을 잡을 때 “넉넉히 잡아서”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그런데 연구를 보고 나니 그 말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좀 달라 보였습니다.
넉넉히 잡는다면서 제가 실제로 하는 건 원래 예상에 조금 더하는 것뿐입니다. 하루면 될 것 같으면 이틀이라고 말하는 식이요. 출발점이 이미 낙관적인 그림이니, 거기에 얼마를 더해도 그 그림 안에 머뭅니다.
학생들이 49일을 최악이라고 답한 것도 같은 방식이었을 겁니다. 34일이라는 그림에 여유를 붙인 숫자였지, 실제로 일이 어긋나는 경우를 세어본 숫자가 아니었던 거죠.
여유를 붙이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계산하는 것은 다릅니다. 앞의 것은 같은 그림을 늘리는 일이고, 뒤의 것은 그림을 버리고 다른 재료를 쓰는 일입니다.
그림 대신 기록을 보려 합니다
그래서 다음 정리 때는 방식을 하나 바꿔보려 합니다. 얼마나 걸릴지 상상하는 대신, 지난번에 얼마나 걸렸는지를 먼저 떠올리는 겁니다.
베란다는 두 주말이 걸렸습니다. 그러니 다음에도 두 주말입니다. 이번엔 짐이 적다거나 요령이 생겼다는 계산은 일단 빼두려 합니다. 그 계산이 매번 저를 틀리게 만들었으니까요.
물론 이 방법이 모든 일에 통하지는 않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에는 비교할 기록이 없습니다. 그럴 때는 비슷한 일을 해본 사람에게 물어보는 편이 낫겠고요. 그 사람은 제 머릿속 그림이 안 보이는 자리에 있으니까요.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쓰면서 낙관과 현실 직시가 함께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다뤘는데, 일정에서는 그게 이렇게 갈리는 것 같습니다. 끝낼 수 있다고 믿는 것과 언제 끝날지 아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저는 심리상담사도 임상심리사도 아닙니다. 이 글은 심리학 개념을 참고해 제 경험을 정리한 기록이며, 진단이나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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