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성 휴리스틱, 떠오르기 쉬운 것이 흔해 보입니다

가용성 휴리스틱
좋은 정보는 함께 나눠요

뉴스 하나를 보고 며칠을 조심했습니다

사고 소식을 봤습니다. 흔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화면에 현장이 나왔습니다.

그다음 며칠 동안 저는 그 비슷한 상황이 될 때마다 한 번씩 멈췄습니다. 평소에는 안 하던 확인을 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가 위험해진 것도 아닌데 몸이 먼저 조심했습니다.

일주일쯤 지나니 그 습관이 사라졌습니다. 위험이 줄어서가 아닙니다. 그 장면이 덜 떠올라서였습니다. 그사이에 제가 새로 알게 된 사실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돌아보면 제 조심스러움은 사고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를 따라간 게 아니었습니다. 그 화면이 제 머릿속에 얼마나 선명하게 남아 있는지를 따라갔습니다.

가용성 휴리스틱, 쉽게 떠오르면 흔하다고 셉니다

이 방식에 붙은 이름이 가용성 휴리스틱입니다. 어떤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를 판단할 때, 그 사례가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지를 근거로 쓰는 것을 말합니다.

1973년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이 이걸 여러 과제로 보였습니다. 그중 하나가 알파벳 문제입니다.

참가자에게 영어 단어를 떠올려보라고 한 뒤 묻습니다. K로 시작하는 단어가 많을까요, 아니면 세 번째 글자가 K인 단어가 많을까요. K 말고도 L, N, R, V로 같은 질문을 합니다.

질문을 받은 152명 중 105명이 첫 글자 쪽이 더 많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는 반대입니다. 세 번째 자리에 그 글자가 오는 단어가 첫 자리에 오는 단어보다 두 배가량 많습니다.

과제 자체는 아주 쉬워 보입니다. 참가자들이 어려운 계산을 요구받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다수가 한쪽으로 틀렸습니다.

이 답이 나오는 이유는 떠올리는 방식에 있습니다. K로 시작하는 단어는 바로 나옵니다. 머릿속 사전이 첫 글자로 정리돼 있으니까요. 세 번째 글자가 K인 단어는 떠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찾도록 정리돼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참가자들은 사실 빈도를 센 게 아니라 떠올리는 수월함을 센 셈입니다. 잘 안 떠오르는 쪽을 드물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머릿속 사전이 정리된 방식이 답을 정했는데, 정작 질문은 사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영어 단어 전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같은 논문에는 이름 목록 과제도 있습니다. 유명인 이름을 여러 개 읽어준 다음 남자와 여자 중 어느 쪽이 더 많았는지 묻는 식입니다. 목록에 더 유명한 사람이 많이 들어간 쪽이 실제 개수와 상관없이 더 많았다고 기억됐습니다. 세어야 할 것은 개수인데 사람들이 센 것은 떠오르는 이름의 수였습니다.

빈도와 선명함이 바뀌어 들어옵니다

이 과제가 좋은 이유는 답이 명확하다는 데 있습니다. 의견 차이가 아니라 그냥 틀린 답입니다.

일상에서는 이렇게 깔끔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 실제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를 알 방법이 없으니, 떠올리는 수월함을 근거로 쓰고도 그게 근거라는 걸 모릅니다.

그런데 무엇이 잘 떠오르는지는 빈도와 상관없는 이유로 정해집니다. 최근에 본 것이 잘 떠오릅니다. 장면이 붙은 것이 잘 떠오릅니다. 감정이 세게 붙은 것이 잘 떠오릅니다. 반복해서 들은 것이 잘 떠오릅니다.

드물어서 뉴스가 되는 일들이 바로 이 조건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흔하면 뉴스가 안 되니까요. 그래서 화면에 자주 나오는 일일수록 실제로는 드문 일일 가능성이 있는데, 우리 머릿속에서는 반대로 계산됩니다.

앵커링 효과를 쓰면서 먼저 제시된 숫자가 이후 판단을 끌어당긴다는 이야기를 다뤘는데, 이쪽은 숫자가 아니라 장면이 그 일을 합니다. 붙잡을 것이 없을 때 손에 잡히는 것이 기준이 되는 구조는 같습니다.

가용성 휴리스틱이 늘 틀리지는 않습니다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 이 방식이 언제나 오답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대체로 자주 일어나는 일이 더 잘 떠오릅니다. 그래서 이 지름길은 꽤 자주 맞습니다. 매번 통계를 찾아볼 수는 없으니 이런 어림잡기가 없으면 판단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어긋나는 조건이 분명하다는 점입니다. 최근에 강하게 본 것이 있을 때, 특정 사례가 반복해서 노출될 때, 장면이 선명한 사건일 때 어긋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정보를 받는 방식이 정확히 그 조건을 만듭니다.

거짓 합의 효과에서 내 생각을 다수의 생각으로 짐작하는 이야기를 다뤘는데, 그것도 같은 뿌리에 닿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제일 잘 떠오르니 그게 전체의 비율처럼 느껴집니다.

셀 수 있는 것으로 바꿔봅니다

그래서 제가 쓰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떠올린 사례의 개수를 실제로 세보는 것입니다. 위험하다고 느낄 때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사례가 몇 개인지 세봅니다. 대개 하나입니다. 하나를 근거로 삼고 있었다는 게 드러나면 무게가 줄어듭니다.

다른 하나는 그 사례를 어디서 봤는지 떠올려보는 것입니다. 직접 겪었는지, 아는 사람에게 들었는지, 화면에서 봤는지에 따라 값이 다릅니다. 화면에서 본 것은 드물기 때문에 거기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에 대한 판단에서도 같은 걸 해봅니다. 저 사람이 늘 늦는다는 생각이 들 때, 실제로 떠오르는 날이 몇 번인지 세봅니다. 늦은 날은 기다린 시간이 붙어 있어서 잘 떠오르고, 제때 온 날은 아무 일도 없었으니 안 떠오릅니다. 세어보면 대개 두세 번이고, 그 두세 번이 늘이라는 말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가 판단을 정확하게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무엇을 세고 있었는지는 알게 됩니다.

지금 떠오른 그 장면은 어디서 왔을까요

그 며칠의 조심이 나쁜 일이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조심할 만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제 조심의 양이 위험의 크기가 아니라 화면의 선명함을 따라 오르내렸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일주일 뒤에 위험이 줄어든 게 아니었으니까요.

요즘 무언가가 걱정될 때 저는 이 질문을 해봅니다. 지금 이 걱정을 떠받치는 장면이 몇 개이고, 그 장면들은 어디서 왔을까요. 답이 하나이고 그 하나가 화면에서 온 것이라면, 그 걱정은 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제게 도착한 것에 가깝습니다.

저는 심리상담사도 임상심리사도 아닙니다. 이 글은 심리학 개념을 참고해 제 경험을 정리한 기록이며, 진단이나 상담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김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