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의 법칙, 정작 그 연구를 한 사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1만 시간의 법칙
좋은 정보는 함께 나눠요

편하게 되는 게 좋은 신호인 줄 알았습니다

몇 년째 하고 있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매주 빠지지 않고 했고 시간으로 치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삼 년 전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느 지점까지는 늘었는데 그다음부터는 멈춰 있습니다.

이상한 건 하는 동안 전혀 안 힘들다는 점입니다. 손에 익어서 거의 생각 없이 됩니다.

편하게 되는 게 좋은 신호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시간이 더 필요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만 시간이 안 됐겠지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계산해보니 시간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같은 걸 여러 번 반복한 시간이 쌓였을 뿐이더군요.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면 다른 데 원인이 있어야 합니다. 그걸 찾다가 이 책을 봤습니다.

그 숫자는 연구의 결론이 아니었습니다

널리 알려진 1만 시간이라는 숫자의 출처는 앤더스 에릭슨과 동료들의 연구입니다. 음악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습량과 수준의 관계를 본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에릭슨 본인이 나중에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그 숫자는 자기 결론이 아니라고요.

만 시간은 상위 집단의 평균에 가까운 값이었습니다. 평균이라는 건 그보다 적게 한 사람도 있고 훨씬 많이 한 사람도 있다는 뜻입니다. 기준선이 아닙니다.

분야마다 필요한 양도 다릅니다. 음악과 운동과 암기가 같을 리 없는데, 한 숫자로 묶이면서 그 차이가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게 남았습니다. 연구가 본 건 아무 연습이나 쌓인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특정한 방식의 연습이었습니다. 에릭슨은 이걸 의도적 연습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니까 널리 퍼진 문장은 원래 이야기에서 조건을 떼어낸 형태였습니다. 조건을 떼면 이해하기는 쉬워지는데 틀린 말이 됩니다.

안 되는 지점만 떼어서 씁니다

에릭슨이 정리한 방식에는 몇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하나는 안 되는 지점을 고른다는 것입니다. 전체를 통째로 반복하는 게 아니라, 지금 약한 부분만 따로 떼어서 거기에 시간을 씁니다. 고를 줄 알아야 시작이 됩니다.

다른 하나는 지금 수준보다 조금 어려운 과제를 잡는다는 것입니다. 편하게 되는 범위 안에서 반복하면 시간은 가는데 실력은 그대로입니다.

세 번째는 피드백입니다. 방금 한 게 맞았는지 틀렸는지가 바로 보여야 합니다. 안 보이면 틀린 방식을 그대로 반복해서 굳히게 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 쪽이 더 나빠집니다.

네 번째는 집중입니다. 이 방식의 연습은 오래 못 합니다. 힘들어서요. 연구에서도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이 이런 연습에 쓰는 시간은 하루 몇 시간 정도였습니다.

제가 몇 년째 해온 것은 이 네 가지 중에 하나도 없었습니다. 되는 것만 반복했고, 편했고, 결과를 확인 안 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쌓은 건 연습 시간이 아니라 수행 시간이었습니다. 둘은 겉보기에 같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남는 게 다릅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를 쓰면서 아는 게 적을 때 확신이 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다뤘는데, 피드백이 없는 반복은 그 상태를 오래 유지시킵니다. 틀린 걸 모르면 고칠 일도 없습니다.

연습량이 설명하는 몫을 두고 갈립니다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짚을 것이 있습니다.

연습량이 실력 차이를 얼마나 설명하느냐를 두고 논쟁이 있습니다. 여러 연구를 모아 분석한 작업들에서 연습량이 설명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분야에 따라 차이도 컸습니다. 규칙이 분명한 분야에서는 연습량의 몫이 크고, 변수가 많은 분야에서는 작았습니다.

에릭슨 쪽은 그 분석들이 연습의 질을 구분하지 않고 시간만 더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논쟁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걸 연습하면 누구나 된다는 이야기로 읽지 않습니다. 반대로 재능이 전부라는 이야기로도 읽지 않습니다. 제가 확인한 건 좁습니다. 같은 시간을 써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는 부분입니다.

초심자의 행운을 쓰면서 처음에 잘되던 것이 나중에 안 되는 경우를 다뤘는데, 그 구간을 넘어가는 데 필요한 것이 시간이 아니라 방식이라는 게 여기서 나옵니다.

되는 걸 건너뛰는 게 제일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바꾼 것들은 이렇습니다.

매번 한 가지만 고칩니다. 전체를 잘하려고 하면 결국 전체를 반복하게 되니까요. 오늘은 여기만 본다고 정해두면 시간이 짧아도 남는 게 있습니다.

되는 부분은 건너뜁니다. 되는 걸 하면 기분이 좋아서 자꾸 하게 되는데, 그 시간이 제일 안 남습니다.

이게 제일 고치기 어려웠습니다.

끝나고 나서 확인할 방법을 미리 정해둡니다. 나중에 보겠다고 하면 안 봅니다. 그날 안에 볼 수 있는 형태로 남겨둡니다. 남이 봐주면 제일 좋은데 매번 부탁할 수는 없어서, 안 되면 시간을 띄워놓고 제가 다시 봅니다.

그리고 짧게 합니다. 이 방식으로 하면 오래 못 하거든요. 시간을 늘리는 대신 밀도를 봅니다. 두 시간 편하게 한 날보다 삼십 분 힘들게 한 날이 나았습니다.

안 되던 게 되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음 안 되는 지점을 찾습니다. 하나를 넘기고 나면 다시 편한 구간이 생기는데, 그 구간에 오래 머무르면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안 한 겁니다. 오래 했을 뿐이죠

제가 내려놓은 건 숫자였습니다.

전에는 얼마나 오래 했는지를 근거로 썼습니다. 몇 년 했으니 이 정도는 안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그 시간의 대부분이 같은 걸 반복한 시간이면, 햇수는 실력의 증거가 안 됩니다.

지금은 다르게 셉니다. 이번 주에 안 되던 걸 몇 번 건드렸는지를 봅니다.

대개 한두 번입니다. 그게 제 실제 연습량이었습니다. 몇 시간을 앉아 있었는지는 이제 안 셉니다.

숫자가 줄어드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 부분이 있습니다. 몇 년을 했는데 왜 이 모양인가를 설명할 수 있게 돼서요.

안 한 겁니다. 오래 했을 뿐이죠.

그리고 고칠 데가 생겼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거라면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일이 없는데, 방식이 문제라면 오늘 바꿀 수 있으니까요.

학습이나 훈련을 지도할 자격은 제게 없습니다. 연습과 실력의 관계는 지금도 연구가 갈리는 주제이고, 여기 적은 방식은 제게 맞았던 것까지입니다.

김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