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효과, 아이들 공부할 때 클래식을 틀어주던 습관을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모차르트 효과 섬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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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때는 클래식을 틀어줬습니다

아이들이 저녁에 책상에 앉으면 저는 습관처럼 작은 스피커를 켰습니다. 가사 없는 클래식을요.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기억이 흐릿합니다. 딸이 학교에 들어갈 무렵 누군가에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클래식을 들려주면 집중도 되고 머리도 좋아진다고요.

저도 별생각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조용한 음악이 나쁠 건 없으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 아들이 물었습니다. 이거 꼭 들어야 되냐고요. 자기는 이 음악이 나오면 오히려 신경이 쓰인다고 했습니다.

딸은 옆에서 자기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조용하면 더 딴생각이 난다고요. 같은 스피커를 두고 두 아이의 반응이 정반대로 갈렸습니다.

그날 밤 스피커를 끄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대체 왜 이걸 틀고 있었지.

아내에게 물어보니 아내도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냥 어디선가 들었고, 그럴듯했고, 해서 나쁠 건 없어 보였다고요. 저희 둘 다 그 이야기의 출처를 한 번도 찾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1993년의 짧은 보고 하나

이 습관의 뿌리에는 유명한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1993년에 프랜시스 라우셔와 고든 쇼, 그리고 캐서린 키가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실은 짧은 보고입니다.

연구는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대학생들에게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잠시 들려준 뒤, 곧바로 공간 추론 과제를 풀게 했습니다. 종이를 여러 번 접어 자른 뒤 펼치면 어떤 모양이 나올지 고르는 식의 과제였습니다.

비교를 위해 다른 조건도 있었습니다. 긴장을 푸는 안내 음성을 듣게 하거나, 아무것도 듣지 않고 조용히 있게 했습니다.

모차르트를 들은 뒤의 성적이 다른 두 조건보다 나았습니다. 다만 그 차이는 잠깐 뒤에 사라졌습니다. 연구진도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이 결과가 언론을 거치면서 모습이 바뀌었습니다. 짧은 공간 과제의 작은 차이였던 것이 모차르트를 들으면 똑똑해진다는 말이 됐고, 나중에는 태교 음반과 유아용 상품의 문구가 됐습니다.

밴드왜건 효과를 쓰면서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가는 마음을 다뤘는데, 제가 스피커를 켠 것도 거기서 멀지 않았습니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요.

다시 해보니 남은 게 별로 없었습니다

이야기가 커지자 다른 연구자들이 같은 실험을 다시 해봤습니다.

결과는 들쭉날쭉했습니다. 차이가 나오는 경우도 있고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러 연구를 모아 분석한 작업들에서는 효과가 아주 작거나 사실상 남지 않았습니다. 1999년에 『네이처』에 실린 크리스토퍼 채브리스의 분석이 그 방향을 보여준 대표적인 예로 꼽힙니다.

그럼 처음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요. 지금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설명은 음악 자체가 아니라 음악이 만든 상태 때문이라는 쪽입니다.

밝고 빠른 음악을 들으면 각성 수준이 올라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상태에서 과제를 풀면 잠깐 성적이 나아집니다. 글렌 셸런버그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모차르트 대신 참가자가 좋아하는 다른 음악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줘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니까 핵심은 모차르트가 아니라 기분과 각성이었던 셈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라면 무엇이든 같은 자리에 놓일 수 있다는 뜻이고요.

효과가 없다는 말도 조심해야 합니다

짚어둘 게 있습니다.

모차르트 효과가 과장됐다는 것이 음악이 아무 쓸모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분이 올라가고 각성이 적당해지면 그 자체로 잠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건 모차르트의 특별한 힘이 아니라 기분 좋은 자극이면 대개 되는 일입니다.

음악을 배우는 것과 음악을 듣는 것도 구분해야 합니다. 악기를 오래 배운 아이들의 인지 능력을 다룬 연구들은 듣기 연구와는 다른 이야기이고, 그쪽도 결론이 깔끔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그 분야를 정리할 만큼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효과의 정확한 크기나 얼마나 오래가는지를 숫자로 적는 건 피하겠습니다. 연구마다 달랐고, 제가 확인한 범위에서는 하나로 모이지 않았습니다.

원래 연구를 한 사람들이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닙니다. 보고에는 공간 과제에 한정된 짧은 결과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늘어난 건 연구가 아니라 그 결과를 옮기는 과정이었습니다.

스피커는 켜되 이유를 바꿨습니다

그 뒤로 우리 집 규칙이 바뀌었습니다.

아들이 공부할 때는 음악을 끕니다. 본인이 신경 쓰인다고 했으니까요. 대신 시작 전에 좋아하는 노래 한 곡을 듣고 앉습니다. 공부하는 동안이 아니라 앉기 직전에요.

딸은 그대로 틀어둡니다. 다만 곡을 자기가 고릅니다. 클래식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습니다.

제가 바꾼 건 음악이 아니라 이유였습니다. 머리가 좋아지라고 트는 게 아니라, 앉기 싫은 마음을 조금 눅이려고 트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떤 곡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졌습니다. 중요한 건 이 아이가 그 소리를 좋아하느냐 아니냐뿐이었습니다.

기준을 바꾸고 나니 물어보기도 쉬워졌습니다. 예전에는 음악을 끄자는 말이 공부에 좋은 걸 포기하자는 말처럼 들렸는데, 지금은 그냥 취향을 묻는 일이 됐으니까요.

생각에 관한 생각을 쓰면서 그럴듯한 이야기가 빠르게 자리를 잡는다는 내용을 다뤘는데, 모차르트 효과는 그 표본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짧고, 기억하기 쉽고, 부모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었으니까요.

끄고 나서 알게 된 것

며칠 전 저녁에 아들 방을 지나가는데 조용했습니다. 문틈으로 보니 아들이 연필 소리만 내며 쓰고 있었습니다.

그 조용함이 낯설었습니다. 제가 몇 년 동안 그 자리에 음악을 채워 넣고 있었던 겁니다. 아이에게 필요해서가 아니라 제가 뭔가 해주고 있다는 기분이 필요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들에게 음악 없으니 어떠냐고 물었더니, 아들은 고개도 안 들고 편하다고만 했습니다. 몇 년 동안 물어보면 삼 초에 끝났을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제 작업방에서는 음악을 틉니다. 저는 그게 맞으니까요.

다만 이제는 아이들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물어보고 각자 맞는 쪽으로 둡니다.

이 글은 널리 퍼진 심리학 이야기 하나를 제 육아 습관에 비춰본 개인적인 기록이며, 아이의 학습이나 집중에 걱정이 크다면 관련 전문가나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김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