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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더 열심히 해봤습니다
여러 명이 모인 저녁 자리에 다녀온 날이었습니다. 사람은 열 명쯤이었고 세 시간 가까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이야기도 잘 됐고 분위기도 내내 좋았습니다. 오는 길에는 다음에 또 보자는 말도 했고요.
그런데 돌아와서 한참을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몸을 쓴 것도 아닌데 피로가 컸습니다. 다음 날까지 갔고요.
저는 이걸 오랫동안 제 문제로 봤습니다. 체력이 부족하거나 사회성이 모자란 쪽으로요.
그래서 다음 모임에서는 더 열심히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더 오래 처지더군요. 방향이 반대였던 겁니다.
외향을 기본값으로 놓고 있었습니다
수전 케인이 쓴 콰이어트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책의 출발점은 사회가 외향적인 쪽을 기본값으로 놓고 있다는 관찰입니다. 말 많은 사람, 먼저 나서는 사람, 여럿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의 그림으로 쓰인다는 것입니다.
그 기준에서 보면 조용한 쪽은 고쳐야 할 상태가 됩니다. 케인은 그 전제를 다시 보자고 제안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책이 조용한 쪽이 더 낫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른 조건에서 잘 작동하는 방식이 있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 책이 널리 읽힌 이유도 여기 있다고 봅니다. 자기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문장을 처음 본 사람들이 있었을 겁니다. 저도 읽으면서 안심한 대목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다만 안심은 책이 준 것이고 근거는 아니라서, 근거 쪽은 따로 봐야 했습니다.
자극의 양이 다르게 들어옵니다
책에서 제게 제일 쓸모 있었던 것은 자극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사람마다 편안하게 느끼는 자극의 양이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은 사람이 많고 소리가 크고 정보가 빠른 환경에서 적당하다고 느낍니다. 어떤 사람은 같은 환경에서 이미 넘칩니다.
넘치면 그걸 처리하는 데 자원이 들어갑니다. 대화 내용만 처리하는 게 아니라 소음과 움직임과 표정까지 같이 처리합니다.
그러니 같은 자리에 두 시간 앉아 있어도 나가는 양이 다릅니다. 한쪽은 충전되고 한쪽은 소모됩니다.
이 설명이 제 경험에 잘 맞았습니다. 저는 그 자리가 싫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양이 많았습니다.
책은 이 차이를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으로 봅니다. 낯선 자극에 크게 반응하던 아기들이 자라서 조용한 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었다는 연구를 인용합니다. 다만 그게 정해진 운명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폭이 크다는 단서가 같이 붙습니다.
또 하나 도움이 된 건 회복 방식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사람들과 더 있으면서 풀고, 어떤 사람은 혼자 있어야 풉니다. 저는 뒤쪽인데 오랫동안 앞쪽 방법을 따라 했습니다. 더 만나면 나아질 줄 알았고, 그래서 더 처졌습니다.
스포트라이트 효과를 쓰면서 남들이 나를 보는 정도를 과대평가한다는 이야기를 다뤘는데, 그 감각이 강하면 자리에서 쓰는 자원도 늘어납니다.
내향과 외향은 두 칸이 아닙니다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짚을 게 있습니다.
먼저 내향과 외향은 두 종류로 나뉘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성격 연구에서 이건 연속된 축으로 다뤄집니다.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제일 많고요. 유형으로 나누면 설명은 쉬워지는데 정확도는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 책은 대중서라 사례와 주장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인용된 연구들의 결론이 책의 문장만큼 단정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 개념이 회피의 근거로 쓰이기도 쉽습니다. 저는 내향이라서 못 한다는 문장이 되면, 그건 설명이 아니라 면제가 됩니다.
책이 나온 뒤에 조용한 성향을 특별한 강점으로 포장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 것도 좀 걸립니다. 기본값을 반대쪽으로 뒤집어놓은 것뿐이라, 그것대로 사람을 다시 좁게 만드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제 유형을 알려주는 책으로 읽지 않았습니다.
자극의 양이라는 변수를 하나 얻은 쪽에 가깝습니다.
회복 시간을 일정에 넣었습니다
읽고 나서 바꾼 게 몇 가지 있습니다.
모임 뒤에 회복 시간을 미리 비워둡니다. 그동안은 모임 다음 일정을 바로 붙여놨고, 그래서 매번 밀렸습니다. 지금은 그 뒤를 비워두는 것도 일정의 일부로 칩니다.
자리에서 빠지는 시간을 짧게 여러 번 만듭니다. 오래 버티다 한 번에 나오는 것보다 중간에 몇 분씩 나가 있는 쪽이 덜 들었습니다. 물을 뜨러 가거나 잠깐 밖에 서 있는 정도면 충분하더군요.
한 주에 넣는 모임 수도 셉니다. 하나하나는 괜찮은데 겹치면 그 여파가 다음 주까지 갑니다. 재미있었는지가 아니라 몇 개였는지를 봅니다.
처지는 걸 실패로 안 적습니다. 전에는 그날 저녁에 아무것도 못 했다는 걸 게으름으로 기록했는데, 지금은 회복 중이었다고 적습니다.
같은 시간인데 다음 행동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꼭 가야 하는 자리와 안 가도 되는 자리를 나눠서 적어둡니다. 전에는 전부 같은 무게로 다뤄서 다 가거나 다 미뤘습니다.
고슴도치 딜레마를 쓰면서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과 거리가 필요한 마음이 같이 있다는 이야기를 다뤘는데, 여기서 얻은 건 그 거리의 양을 제가 정할 수 있다는 쪽이었습니다.
맞춰야 할 걸 고치려 하면 계속 집니다
제가 얻은 건 구분 하나입니다. 고쳐야 할 것과 맞춰야 할 것을 갈라놓는 일.
말을 정리해서 하는 것, 필요한 자리에서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은 연습으로 나아집니다. 이건 고칠 쪽입니다.
같은 자리에서 제가 쓰는 자원의 양은 연습으로 크게 안 줄었습니다. 이건 맞출 쪽이었습니다.
줄이려고 애쓰는 대신 회복 시간을 붙이는 쪽이 실제로 들었습니다.
둘을 안 나눴을 때가 제일 소모가 컸습니다. 맞춰야 할 걸 고치려 하면 계속 지기만 합니다.
그리고 회복 시간을 미리 잡아두니 모임 자체가 덜 부담스러워졌습니다. 나중이 감당된다는 걸 알면 그 자리에서 아끼지 않게 되더군요.
지금도 모임 뒤에는 어김없이 처집니다.
달라진 건 그 시간을 제가 미리 알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성격을 평가하는 일에는 자격이 필요하고 저에게는 없습니다. 책을 읽고 제 생활에서 확인한 내용을 정리했을 뿐이며, 여기 적은 구분이 누구에게나 맞는 기준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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